“한국 진출은 게임 개발사로서 우리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퍼펙트월드 ‘영웅의별 : 신조협려’
퍼펙트월드 ‘영웅의별 : 신조협려’
지난달 10일 서울 압구정동 CGV 신관에서 열린 중국 온라인게임 ‘신의칼’ 신작발표회에서 라총 드림스퀘어 해외사업팀장은 “한국 개발사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용자들도 게임 이해도가 높고 피드백이 활발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의칼은 대만과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역할수행게임(RPG) ‘선검기협전’의 웹게임 버전. NHN엔터테인먼트가 가져와 한국에 맞게 현지화했다. 지난해 해외에서 먼저 출시돼 중국의 여러 매체에서 ‘2013년 최고의 웹게임’으로 선정됐다.

중국 게임들이 올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드림스퀘어의 신의칼뿐 아니라 픽셀소프트의 ‘날’ 퍼펙트월드의 ‘영웅의별: 신조협려’ 공중망의 ‘쿠키삼국’ 등이 한국 게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까다로운 한국 이용자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중국 게임 편견 바꾼다”

신의칼은 중화권에서 국민 게임으로 통하는 선검기협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선검기협전은 1995년 대만 소프트스타에서 PC게임으로 처음 만들어져 지난 18년 동안 8개의 타이틀로 출시됐다. 전체 판매량은 약 500만장, 2004년과 2009년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신의칼은 중국의 드림스퀘어가 선검기협전의 판권을 구입해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인터넷 브라우저만으로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웹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정우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신의칼은 ‘에오스’와 ‘아스타’에 이어 NHN엔터가 세 번째로 선보이는 블록버스터 RPG”라며 “웹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은 신의칼이 전작의 기운을 얻어 새로운 흥행의 역사를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픽셀소프트 ‘날’
픽셀소프트 ‘날’
날은 중국 픽셀소프트가 4년간 400여명, 2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국내 게임포털 아이엠아이(IMI)가 들여와 올 상반기 중 공개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도검2’란 이름으로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신동준 IMI 게임사업부 본부장은 “중국 온라인게임이라고 하면 어디서 본 듯한 게임, 수준 낮은 게임이란 부정적인 편견이 있다”며 “날을 통해 그런 편견을 날려버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드림스퀘어 ‘신의칼’
드림스퀘어 ‘신의칼’
세계 1, 2위 매출을 다투는 한국 모바일 게임시장도 중국 게임회사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 5위권 게임 개발·유통사 퍼펙트월드는 지난달 16일 모바일 RPG ‘영웅의별: 신조협려’로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3D 그래픽과 최대 5000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서버를 통해 전투 재미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신중호 퍼펙트월드 글로벌사업부 사업실장은 “신조협려는 김용의 무협소설로 한국에서도 익숙하다”며 “철저한 현지화와 고객 서비스로 한국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내에 정식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이 밖에 공중망의 소셜 RPG 쿠키삼국은 지난 2일 카카오톡 게임으로 출시됐다.

시험대에 오른 한국 게임 산업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136억달러(약 14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 10조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 업체들이 국내 게임 시장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한국 시장이 가진 상징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을 모방하면서 탄생했고, 잘 만든 게임이란 기준도 한국 게임에 맞춰져 있다 보니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업체 사이에서 한국 게임회사들의 발끝을 거의 다 쫓아왔다는 자신감이 커진 것도 한국 진출이 활발해진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픽과 완성도에서 한국 이용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악하고 싸구려인데 마케팅비만 많이 쏟아붓는 게임이란 인식도 컸다. 그나마 좋은 성적을 냈던 건 2007년 ‘완미세계’와 2011년 ‘불멸 온라인’ 정도였다. 한 개발자는 “게임 개발은 기계적으로 코딩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창의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작업”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에선 중국이 우리를 거의 다 따라왔지만 창의적인 부분은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 업계의 올해 키워드는 ‘중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등이 중국 정식 서비스를 앞둔 한편 국내에서는 중국 게임들의 파상공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이들이 각각 중국과 한국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가 한국 게임 산업의 앞날을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