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11개국에서 오는 2016년부터 금융거래세(일명 토빈세)가 시행된다.

EU 재무장관들은 6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금융거래세시행에 합의했다고 미셸 슈핀델레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이 전했다. 슈핀델레거 장관은 2016년 초부터 우선 주식과 일부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도해온 슈핀델레거 장관은 이 제도 시행을 위한 실제적인 문제점들이 올해 말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EU 11개국은 지난해 2월 금융거래세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방법과 시기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거래세는 시행 국가뿐 아니라 이들 국가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의 금융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EU 28개 회원국 중 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은 17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유럽의 금융 허브인 런던 금융가가 있는 영국은 이 제도 시행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국가들도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금융거래세 도입 계획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이 제도 시행으로 비참여 국가들이 피해를 볼 경우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거래세 시행 11개국은 우선 2016년 초부터 제한된 범위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고 점차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금융거래세에 대한 공통 입장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하면서 시행 가능한 부분부터 우선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1970년대에 제안한 금융거래세는 주식과 채권 거래에는 0.1%, 파생상품에는 0.01%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으로 금융위기 진화와 투기억제를 목적으로 논의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공적자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세수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여러 나라에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1개국의 토빈세 도입으로 연간 300억~350억 유로의 세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거래세가 역내에 두루 부과된다면 한해 570억 유로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