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분양시장, 실수요자 몰려…위례신도시 등 주목…한풀 꺾인 재건축, 정책변수 살피며 강남 재건축 노려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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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동향 & 대처법
전반적으로 봄기운이 돌던 주택시장에 얼마 전부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양극화다. 분양시장은 뜨겁다 싶을 만큼 활기를 띠고 있지만 재건축 시장은 다시 정체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는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월세 부담 완화와 월세소득 과세 등을 주요 내용으로 내놓은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은 새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반면 주택 임대소득 과세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움직임을 줄이면서 재건축과 기존 주택시장의 ‘뒷심’이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정책적 변수가 없다면 이와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아오른 분양시장
신규 분양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사실은 각종 수치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달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경남기업의 ‘경남 아너스빌’이 3.03 대 1, 신안종합건설의 ‘신안인스빌 리베라 2차’가 3.74 대 1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불과 1년 전 동탄2신도시 3차 동시분양에서 총 5900가구 모집에 4700명이 청약(경쟁률 0.8 대 1)하며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역삼자이와 아크로힐스 논현도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쳤다. 주말이 되면 주요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수만명이 다녀간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자는 모두 10만77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9786명의 3.6배에 이르렀다. 평균 경쟁률도 지난 2월 5.56 대 1에 이어 3월에는 6.34 대 1을 기록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분양 주택은 5만2391가구로 2006년 2월(5만2218가구)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분양시장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먼저 최근 청약 열기가 전셋값 급등에 따른 실수요자들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68%를 넘었다. 2002년 6월(68.2%) 이후 11년9개월 만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셋값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작은 집이라도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은 쉽게 열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크게 높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 분양되는 대부분의 단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되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혹시나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까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그동안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크게 위축됐던 영향도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공급(사업승인 기준) 물량은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6만가구 안팎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2007년 30만여가구보다 13%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1인 가구용 도시형생활주택까지 포함한 것이다. 2~3인 이상의 가족이 거주할 만한 아파트 공급은 더 크게 감소했다. 부동산114는 2010년까지 15만가구를 유지했던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1년부터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2010년의 절반 수준인 8만4298가구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주요 관심지역으로 수도권에서는 위례신도시를 꼽았다. 서울·수도권의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추가 공급이 예정된 송도, 청라, 영종, 파주 등 수도권 서부와 북부지역에서 분양을 받을 때는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지방에서는 혁신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등 인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하는 지역이 유망하다.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주의 사항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열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1분기에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미분양 상태로 남은 물량도 꽤 있다”며 “분양가격 적정성과 미분양 가능성, 입주 후 주거 만족도 등을 따져보고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풀 꺾인 재건축시장
연초 반짝하던 재건축시장은 최근 매매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투자 수요가 많은 잠실주공 5단지(3930가구)의 경우 잠실 일대 200여개 중개업소에서 지난달 총 거래 건수는 10건 정도로 줄었다. 임대소득 과세 강화가 포함된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영향이 직접 나타나지 않았던 지난 2월에는 18건이었다. 주택 매매계약 뒤 60일 안에 하도록 돼 있는 거래신고 기준으로, 지난 1월 하루 평균 43건이 신고됐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거래량은 2월(58건)과 3월(60건)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지난달에는 46건으로 떨어졌다.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값도 떨어지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2개월간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는 최대 10% 이상 떨어졌다.
기존 주택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아파트값은 상승을 끝내고 하락세(-0.01%)로 돌아섰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하락폭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정부가 그동안 내놨던 거래 활성화 대책들이 임대소득 과세 정책에 묻혀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은 당장 내야 하는 세금도 부담이지만 집을 추가로 사들여 임대소득 과세 대상이 될 경우 재산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크다고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망세가 국회에서 ‘임대소득 과세 법안’을 다룰 6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국회 상임위도 대거 교체되기 때문에 정책적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에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지점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은 여전히 매력이 살아있는 시장”이라며 “투자 목적으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눈을 돌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위원도 “입지와 희소성 기준에서 서울 강남권을 따라올 곳이 아직은 없다”며 “가격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여전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4 한경 머니 로드쇼’ 참석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는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꼽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신규 분양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사실은 각종 수치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달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경남기업의 ‘경남 아너스빌’이 3.03 대 1, 신안종합건설의 ‘신안인스빌 리베라 2차’가 3.74 대 1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불과 1년 전 동탄2신도시 3차 동시분양에서 총 5900가구 모집에 4700명이 청약(경쟁률 0.8 대 1)하며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역삼자이와 아크로힐스 논현도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쳤다. 주말이 되면 주요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수만명이 다녀간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자는 모두 10만77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9786명의 3.6배에 이르렀다. 평균 경쟁률도 지난 2월 5.56 대 1에 이어 3월에는 6.34 대 1을 기록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분양 주택은 5만2391가구로 2006년 2월(5만2218가구)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분양시장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먼저 최근 청약 열기가 전셋값 급등에 따른 실수요자들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68%를 넘었다. 2002년 6월(68.2%) 이후 11년9개월 만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셋값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작은 집이라도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은 쉽게 열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크게 높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 분양되는 대부분의 단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되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혹시나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까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그동안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크게 위축됐던 영향도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공급(사업승인 기준) 물량은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6만가구 안팎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2007년 30만여가구보다 13%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1인 가구용 도시형생활주택까지 포함한 것이다. 2~3인 이상의 가족이 거주할 만한 아파트 공급은 더 크게 감소했다. 부동산114는 2010년까지 15만가구를 유지했던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1년부터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2010년의 절반 수준인 8만4298가구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주요 관심지역으로 수도권에서는 위례신도시를 꼽았다. 서울·수도권의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추가 공급이 예정된 송도, 청라, 영종, 파주 등 수도권 서부와 북부지역에서 분양을 받을 때는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지방에서는 혁신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등 인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하는 지역이 유망하다.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주의 사항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열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1분기에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미분양 상태로 남은 물량도 꽤 있다”며 “분양가격 적정성과 미분양 가능성, 입주 후 주거 만족도 등을 따져보고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풀 꺾인 재건축시장
연초 반짝하던 재건축시장은 최근 매매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투자 수요가 많은 잠실주공 5단지(3930가구)의 경우 잠실 일대 200여개 중개업소에서 지난달 총 거래 건수는 10건 정도로 줄었다. 임대소득 과세 강화가 포함된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영향이 직접 나타나지 않았던 지난 2월에는 18건이었다. 주택 매매계약 뒤 60일 안에 하도록 돼 있는 거래신고 기준으로, 지난 1월 하루 평균 43건이 신고됐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거래량은 2월(58건)과 3월(60건)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지난달에는 46건으로 떨어졌다.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값도 떨어지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2개월간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는 최대 10% 이상 떨어졌다.
기존 주택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아파트값은 상승을 끝내고 하락세(-0.01%)로 돌아섰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하락폭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정부가 그동안 내놨던 거래 활성화 대책들이 임대소득 과세 정책에 묻혀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은 당장 내야 하는 세금도 부담이지만 집을 추가로 사들여 임대소득 과세 대상이 될 경우 재산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크다고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망세가 국회에서 ‘임대소득 과세 법안’을 다룰 6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국회 상임위도 대거 교체되기 때문에 정책적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에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지점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은 여전히 매력이 살아있는 시장”이라며 “투자 목적으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눈을 돌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위원도 “입지와 희소성 기준에서 서울 강남권을 따라올 곳이 아직은 없다”며 “가격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여전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4 한경 머니 로드쇼’ 참석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는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꼽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