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때문에 울고 웃는 건설사들
중견 주택업체인 EG건설은 지난 1월 경북 김천혁신도시 3-1블록(483가구) 입찰에 38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이어 경기 평택시 청북지구 7블록(513가구)과 시흥시 배곧신도시 3블록(880가구), 경남 양산시 물금지구 36·39블록(1960가구) 등 주택용지를 대거 확보했다. 김용상 EG건설 사장은 “올해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8000여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분양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주택용지를 확보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용지를 대거 사들인 업체는 느긋한 반면 사업지를 마련하지 못한 업체는 좌불안석이다.

호반·반도·EG·중흥·우미건설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용지 마련에 나섰다. 호반건설은 경기 수원 호매실, 오산 세교 등에서 ‘베르디움’ 아파트를 공급한다. 올해 예정 물량만도 2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박철희 호반건설 전무는 “지난해부터 사업이 잘된 곳을 중심으로 2차 사업 부지를 물색한 데 이어 수도권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해 신규 사업지를 대거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반도건설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인 화성시 동탄2신도시와 평택 소사벌지구, 지방인 경남 양산시 물금지구 등에서 7700여가구 규모의 용지를 계약한 상태다.

우미건설도 올 들어 경북 구미시 구미확장단지 2개 블록과 충북 충주 봉명동 테크노폴리스 등에서 아파트 용지를 매입했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옛 현대엠코) 등이 자체 사업 부지 확보에 적극적이다. 특히 GS건설은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A1·21블록을 잇따라 매입했다.

자체 사업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감 부족으로 수주담당 직원들은 자리보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개발업체인 인창건설의 정일천 사장은 “의사 결정이 빠른 일부 업체들이 사업지를 대거 확보하면서 업계에 주택용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시장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일부 주택업체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