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프리미엄 주는 기업의 조건
미국 경기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채권매입 규모를 예정대로 줄이고 있다. 그런데도 장기 금리는 여전히 오르지 않고 있다. 올봄 연 3%를 돌파할 것이라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7% 밑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5년간 돈을 풀어 세계 경기를 흔들어 깨웠지만 실물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 실물시장이 그나마 회복되려면 중국의 경기부양이 필요하다. 문제는 미국이 취약한 중국의 금융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7월 브릭스개발은행이 출범하면서 중국 위안화가 국제결제통화로 더욱 부상할 수 있어서다.

최근 위안화 약세 속도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서 돈을 빼 위안화가 절하되면 중국 기업들은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이미 달러당 6.2위안의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졌다. 달러당 6.5위안이 넘어가면 환율로 인한 충격이 나타날 것이다.

코스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3년 전 12%에서 7%대로 내려앉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코스피의 적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의 PBR 1.0배도 싸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한국 기업의 실적이 경기순환론적 관점에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실물경제 위축이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충분한 복원력을 갖고 회복될지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은 이익 전망이 견조한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음식료 전기가스 등 경기방어적인 업종이 시장을 이기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 수혜라는 호재 뿐 아니라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김학주 <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