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2013년 4월~2014년 3월) 실적 ‘대박’을 터뜨렸다. 양적완화로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르는 ‘아베노믹스 장세’가 펼쳐진 덕분이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력과 점포를 구조조정 중인 한국 증권업계와 대비된다.

노무라홀딩스 등 주요 20개 증권사는 지난달 30일 일제히 작년 실적을 발표했다. 노무라 매출은 1조5570억엔으로 전년 대비 14.1%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2135억엔으로 99.2% 증가했다. 매출 감소는 자회사 노무라부동산을 떼어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순이익 규모는 2005회계연도 이후 8년 만에 최대다.

2위인 다이와증권은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은 1694억엔으로 132.4% 급증했다. 미쓰비시UFJ증권도 2005년 합병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인터넷증권사 SBI증권과 라쿠텐증권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주식 위탁거래가 늘고 펀드 가입이 증가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연말 한때 16,000선을 넘는 등 지난 1년간 46% 올랐다. 고마 미기타 다이와 상무는 실적 증가 배경에 대해 “아베노믹스 바람을 타고 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상승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세 증세로 기업실적 증가율이 꺾이고 거래대금도 줄어들고 있어 올 실적은 전년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증시 조정으로 지난 1분기(1~3월) 실적은 전분기에 비해 부진했다. 지난달도 소비세 증세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도쿄 증권거래소 1부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년4개월 만의 최저인 1조7711억엔에 머물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노무라의 올 순이익 전망치(평균)는 2000억엔으로 전년보다 135억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와도 지난해보다 600억엔 가까이 줄어든 11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다른 기업들의 올 실적 증가율 전망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한 달간 기업들이 내놓은 올 순이익 전망을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3%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작년 순이익은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