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레버리지 바이아웃(차입매수·leverage buyout)’으로 주목받았던 미국 텍사스주 전력업체 에너지퓨처홀딩스(EFH)가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29일(현지시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레버리지 바이아웃이란 매수할 기업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2007년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KKR과 TPG, 그리고 골드만삭스의 사모펀드 자회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EFH의 전신인 TXU를 450억달러에 인수했다. 컨소시엄은 인수자금의 10%만 자기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70억달러는 차입(펀드 조성)으로 조달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등이 참여했으며 한국의 국민연금도 KKR펀드를 통해 1600만달러를 투자했다.

존 영 EFH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사 재무상태가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채권자의 도움을 받아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파산보호(챕터 11) 신청은 법원 감독 아래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EFH는 회사를 둘로 쪼개 경영권을 채권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모펀드의 전력회사 차입 매수가 7년 만에 실패로 끝난 것은 셰일가스에 관한 기술혁명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의 전기요금은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된다. 사모펀드들은 EFH 인수 당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셰일가스 생산이 급증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했다. 전력요금도 덩달아 떨어져 회사 적자액이 불어났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