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28명 3박4일간 자원봉사
"시름 빠졌을때 국민성원이 큰 힘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되기에
순수하게 봉사만 하러왔다"
고(故) 이용상 하사 아버지인 이인옥 씨(52)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10년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으로 잃은 아들이 눈앞에 어른거려서다. “진도 입구에 들어서니 마음이 뭉클하네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정부와 많은 곳에서 역할을 해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고 보름째인 30일 천안함 폭침으로 가족을 잃은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유족협의회) 유족 28명이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들은 오는 3일까지 3박4일간 5개 조로 나뉘어 청소와 세탁, 배식, 분리수거 등의 자원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유족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씨는 “천안함 사건으로 저희 가족이 많은 시름에 빠졌을 때 전 국민이 성원해주고 큰 도움을 주셨다”며 “저희가 평소 봉사활동을 하는 연장선상에서 진도에 봉사활동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와 오게 됐다”고 자원봉사 배경을 설명했다.
협의회 측은 그동안에도 노인요양원을 청소하거나 밥퍼나눔운동 본부에서 배식을 하는 등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왔다. 진도를 찾은 것도 자원봉사자 숫자가 줄고 있어 일손이 필요하다는 진도군 측의 도움 요청을 받은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씨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4년이 됐는데, 평택 2함대에만 가도 아들이 제대할 거 같았다”며 “여기 부모님들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마음일 것”이라며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오로지 순수하게 봉사만 하러 왔다”고 말했다. 어설픈 위로가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다. 세월호 유족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반 봉사자들 틈에 끼어 묵묵히 봉사활동에만 집중했다. 유족들의 숙식 장소인 체육관 바닥을 걸레로 훔치고 신발도 정리했다.
이씨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 또한 사고 발생 14일 동안 정말 애타게 아들이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시신만이라도 찾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변했다”며 “정부에서 초동 대응을 잘못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숨진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천안함 사고 당시에도 구조가 되느니 안 되느니 말이 많았다. 구조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애가 타고 분통이 터지겠지만 가족들이 서로 단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1주일 전에 진도자원봉사센터에 신청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이제서야 시간을 배정받았다”며 “자원봉사센터에서 업무를 할당해주면 진도항에도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진도=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