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에도 진척 없어…"하늘이 원망스럽다"
美 구조함 '세이프가드' 이번주 초 현장 투입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세월호 침몰 11일째인 27일에도 세월호 선체 수색에 나섰지만 좀처럼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오전 풍랑예비특보에 이어 오후 풍랑주의보까지 내려져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특히 수색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선미 좌현 쪽은 수심 40m로 선체가 침몰하면서 각종 집기류 등이 쏟아져 통로를 막고 있는 데다 해저 지면에 파묻힌 것도 수색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현재까지 선체 내부 수색 지점 111곳 중 수색이 이뤄진 곳은 35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김진황 대령은 “수심이 42~48m인 깊은 쪽으로 수색을 진행하면서 물속 작업시간이 최대 10분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며 “선체 내 통로가 집기류에 막힌 데다 부유물도 많아 작업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신 수습 소식도 뜸한 상태다. 구조팀은 26일 0시50분께 3층 중앙식당에서 시신 2구를 수습한 데 이어 27일 오후 3시 시신 1구를 인양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확인된 사망자는 188명으로 늘고 실종자는 114명으로 줄었다. 구조팀은 이날도 98명의 잠수사를 투입해 4층 선미와 선수 부분을 집중 수색할 계획이었지만 악천후로 선체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이날부터 시작한 수중에서 LED 전구를 활용한 수색도 무위에 그쳤다. 사고대책본부는 수색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LED 전구로 수색 구간을 구분하고 수색 통로를 표시하기로 했었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잠수병을 호소하는 잠수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수사로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해경 김동수 경장은 “물 속의 시계가 불과 30㎝ 정도”라며 “시신을 확인하면 잠수시간에 상관없이 어떻게든 데리고 나오려다 보니 잠수병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대책본부는 구조 및 수색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시신 유실 우려가 커지자 수색작업의 범위를 사고 해역 외곽으로 확대했다. 가거도와 추자도 중간 수역 40~60㎞까지로 넓혔다. 이를 위해 군·경 함정, 행정선, 헬기에 이어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3척을 추가 투입했다. 군·경과 전남 진도군까지 수색작업에 참여해 해안과 도서지역 수색도 강화하고 있다.
미군 구조함인 세이프가드함은 25일 오전 부산항에 입항, 이번 주 초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배는 체임버, 잠수장비, 고속보트(RIB) 등 수색에 활용할 수 있는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고명석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사고 해역에 오후부터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데 이어 사리가 시작되는 모레까지 비바람과 조류가 더욱 거셀 것으로 예보된 상태”라며 “악화된 기상 여건 속에서도 구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도=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