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일가에 대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소환 조사에 나선다. 검찰은 유씨 일가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들이 유씨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쓰인 것으로 보고 이들 회사 임직원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 자녀와 핵심 측근 등 관계자를 모두 출국금지하고 주요 계열사 대표 등에게 소환을 통보했다고 27일 밝혔다.

주요 조사 대상자로는 검찰이 이미 소환을 통보한 차남 혁기씨와 장녀 섬나씨,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를 비롯해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변기춘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 송국빈 다판다 대표 등이 거론된다.

다판다의 2대주주인 김혜경 대표는 유 전 회장 비서 출신으로 계열사 자금 흐름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혁기씨는 장남 대균씨와 함께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최대주주이며, 섬나씨는 관계사들로부터 디자인 등 인테리어 관련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지난 25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고창환 세모 대표도 필요하면 재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을 우선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충분히 진술받을 예정”이라며 “아직 유 전 회장을 직접 소환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유씨 일가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백억원대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일어난 회계 부정 의혹 등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페이퍼컴퍼니는 유 전 회장의 ‘붉은머리오목눈이’, 대균씨의 ‘SLPLUS’, 혁기씨의 ‘키솔루션’ 등 3곳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는 수년간 계열사 30여곳으로부터 컨설팅비 등 명목으로 200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전날 청해진해운의 회계 감사를 수년간 담당한 회계사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하고 청해진해운과 관련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회계법인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정상적인 자금 관리를 묵인하고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보복이나 위해가 있을 경우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가중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한국해운조합이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에게 로비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진도에 이어 제주에 있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인천=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