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합동분향소 인근 고잔초등학교에는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아 1㎞ 가까운 추모행렬이 만들어졌다. 조문객들은 평균 2시간 정도를 서서 기다렸다. 비가 내린 27일에도 우산을 쓴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잔잔하게 흐르는 추모곡 사이로 흐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 입구에 젊은 남자가 주저앉아 통곡했다. 한 단원고 학부모가 “졸업생들 많이 찾아와서 고마워”라고 토닥였다. 한참 만에 일어선 그는 울먹이며 분향소를 나섰다.
안산 초지동에서 온 조정남 씨(52)는 “세월호 침몰일인 지난 16일 고교 2학년인 차남이 수학여행에서 돌아왔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장에서 처음 울어봤다”고 말했다. 5개월 된 아들, 두 살배기 딸을 안고 분향소를 찾은 박승우 씨(33) 부부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과연 어른들의 말이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렵다”고 했다.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나온 부부가 의자에 걸터앉아 추모 쪽지를 남긴 다섯 살 딸에게 “세상은 그렇게 같이 나누고 표현하는 거야”라고 칭찬했다. 딸아이가 “이번 사고는 자연의 결과죠?”라고 묻자 아빠는 “아니, 자연에 역행한 것이지”라고 답했다. 엄마는 딸을 꼭 껴안으며 “바르게 살아야 해. 신나고, 즐겁게”라고 속삭였다.
안산 월피동 ‘삼일마트’ 앞에 무사생환을 염원하는 수천장의 쪽지가 붙었던(본지 지난 23일 보도) 강승묵 군은 25일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떼낸 쪽지들은 입관 때 강군 옆에 놓였다. 가게엔 “이렇게라도 우리 품에 올 수 있어 감사합니다”라는 벽보가 붙었다.
한편 정부는 17개 광역 시·도청 소재지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추모하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앞에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안산=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