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 맞춰 등장하는 스시 요리는 어떤 걸까. 1악장에는 고전적인 메뉴의 광어, 전갱이, 참치붉은살 등이 나온다. 2악장에서는 그날 잡은 신선한 대합과 보리새우, 학꽁치 등으로 즉흥곡을 연주한다. 3악장에서는 붕장어, 성게알, 연어알 등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일본의 유명 음식평론가가 스시 코스 요리를 3악장에 비유하면서 곁들인 설명이다.

스시 맛은 음악과 같고 춤과도 같다. 박자로 치면 부드러운 3박자에 가깝다. 하이쿠에 나오는 스시도 그렇다. 생선위에 올려놓은 누름돌의 무게감이나 움직임이 멎은 적막감,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마음, 잘 삭았는지 뚜껑을 열어보는 기대감 등이 곳곳에 배어 있다. 실제 맛은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여백처리한다. 요리하지 않은 게 가장 좋은 요리라는 일본식 미감 때문이다.

일본에서 중세까지는 밥에 날생선을 버무려 발효시켰다. 우리의 식해(食醯)와 비슷했다. 지금의 스시는 식초를 사용한 것으로 에도 시대에 발달한 것이다. 한자로 스시(壽司)가 목숨을 맡기고 즐긴다는 뜻이니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스시의 한자도 마찬가지다. 도쿄에서는 물고기 젓갈을 뜻하는 글자를 쓰기도 한다. 글자 속의 지(旨)가 ‘맛있는 음식’을 뜻한다고 한다. 오사카에서는 얇게 저민다는 의미의 글자를 주로 쓰는데 ‘사(乍)’가 그런 뜻이다.

그러나 초밥의 기원은 일본이 아니라 동남아다. 이것이 중국에 전래된 뒤 일본으로 유입됐다. 스시는 경제와도 밀접하다. 일본의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스시지수가 있다. 스시에 싼 고등어 대신 비싼 참치를 많이 사용하면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 일본거주자가 다른 나라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은 스시본드라고 부른다.

엊그제 아베 일본 총리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바짝 붙어 앉아 스시 외교를 펼쳤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안보 분야는 그런대로 교감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 문제에서는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오바마가 스시를 절반이나 남기고 일어선 걸 보면 더 그런 것 같다.

스시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손으로 먹는 게 최고라고 한다. 미묘한 촉각과 온도 변화까지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장은 밥알 부분에 찍지 말라고 한다. 입안에서 밥알이 풀리는 밀도가 중요한데 간장이 그걸 방해한다는 것이다. 규슈 지역에서는 활어로도 스시를 즐긴다고 한다. 성질 급한 우리와 닮은 것 같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