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25일 동부제철에 1260억원을 긴급 대출했다. 대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자택 등을 추가 담보로 잡았다. 동부그룹으로선 이날 동부제철이 갚아야 하는 921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채권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당할 수도 있었다.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신용위원회를 열어 1260억원의 ‘브리지론’을 동부제철에 지원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브리지론은 긴급 자금이 필요한 회사에 단기간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번 대출을 받기 위해 김 회장은 3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서울 한남동 자택과 동부화재 지분(6.93%)을 포함한 계열사 주식 일부를 담보로 맡겼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부동산 일부도 담보로 제공됐다.

동부그룹이 당초 1400억원 대출을 요청했으나 채권단은 추가 담보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1260억원만 지원했다. 다만 동부와 채권단은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1000억원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출로 동부그룹은 급한 불을 껐지만 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등 계열사를 팔아 3조원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재무구조조정 약정에서 벗어날 계획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매각 속도가 더디다며 동부를 압박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