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뺏긴 고객 되찾기 '반격'…27일부터 단독 영업
KT가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단독 영업을 앞두고 반격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약정 기간을 최대 12개월 줄이는 마케팅을 포함, 소비자 혜택을 다양화해 영업정지 기간에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KT의 지난달 시장점유율은 29.86%로 12년 만에 처음 30% 아래로 떨어졌다. 재기의 발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 신청으로 사내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적극적 가입자 유치로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전환하고 재기 의지를 새롭게 다진다는 계획이다.

우량고객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으로 반격

KT는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에 쓰던 휴대폰을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휴대폰 교체 프로그램 ‘스펀지 플랜’을 시행한다고 24일 발표했다. 대상은 이날부터 신규가입, 번호이동을 통해 새 단말기를 사용하게 된 고객 중 가입 12개월이 지났을 때 누적 기본료를 70만원 이상 낸 고객이다. 예컨대 매달 5만9000원의 기본료를 내는 ‘완전무한77’ 요금제 이용자는 12개월이 지나면 누적 기본료가 70만8000원이 돼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우량 소비자가 잔여 할부금과 스마트폰 교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

충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박현진 KT 무선사업담당 상무는 “고객이 반납한 중고 단말기는 수출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수출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KT는 회수한 중고 단말기를 판매해 이득을 남길 수 있고, 고객은 불편 없이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고객 편의를 높이는 합리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교체할 수 있는 단말기종을 제한하지 않아 기존의 ‘두 배 빠른 기변(기기변경)’ 프로그램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날 KT는 멤버십 포인트를 차감하지 않아도 음식점과 편의점 등에서 할인과 무료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전무후무 멤버십’, 영상 음악 등 주요 서비스를 모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알짜팩’ 등 다양한 고객 혜택을 선보였다.

사기 저하·30% 밑 점유율은 숙제

KT는 지난달 시장점유율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30% 아래로 내려앉았다. 올해 초에는 2012년에 이어 1200만건(981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두 번째 유출인 데다 홈페이지 관리 부실이 원인이어서 가입자들의 신뢰는 급격히 떨어졌다. 통신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직·간접적으로 가입자 이탈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의 악재와 더불어 사내 동요도 크다. 연일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보이는 ‘황창규호’ KT는 지난 21일 사상 최대 규모인 8320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7일에는 윤리경영실 내에 그룹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경영진단센터를 설치하고 삼성생명 출신인 최성식 전무를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이 와중에 곳곳에서 명예퇴직 압박 증언이 들려오는 등 직원의 사기 저하가 일부 감지됐다.

KT는 새 고객 혜택 서비스를 통해 단독 영업기간에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유치, 안팎으로 흔들리는 회사를 다잡는 발판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KT만의 서비스와 혜택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