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 5월은 1일 근로자의 날부터 주말(3~4일), 어린이날(5일), 석가탄신일(6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끼어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이들을 겨냥한 각종 행사가 풍성하게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이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대부분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청와대는 매년 5월5일 소외계층 자녀 등을 초청해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와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도 어린이날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5월 대목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영유아 놀이 프로그램 업체인 한국짐보리는 다음달 4~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기로 한 어린이날 행사를 취소했다. 유아용품 업체인 세피앙, 아가방앤컴퍼니, 제로투세븐 등의 어린이날 행사도 무산됐다.
농심은 2008년부터 어린이날 본사 사옥에서 열었던 ‘농심으로 나들이가자’ 행사를 올해는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원래는 풍선아트로 앞마당을 꾸미고 놀이기구 등을 설치하는 행사지만, 이번엔 요란한 장식 대신 찾아오는 가족에게 기념품을 나눠주는 정도로 진행할 계획이다. 빙그레의 ‘어린이 그림잔치’, 샘표식품의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쿠킹클래스’, 오뚜기의 ‘가족요리 페스티벌’ 등도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된다.
삼성전자는 수원, 기흥 등 주요 사업장에 놀이동산, 공연장, 물놀이장 등을 만들고 본사와 협력사 임직원 가족들을 초청해 벌이던 어린이날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LG전자도 평택, 창원 등에서 열기로 한 가족초청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뜻에서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어린이 문화행사 ‘드림윙즈 리틀즈’를 취소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부산도 오는 30일 가족 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열기로 한 기내체험 이벤트를 연기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이 가수협회와 협의해 다음달 8일로 예정된 가수 혜은이 씨의 40주년 콘서트를 연기하는 등 어버이날 대표 행사인 ‘디너 쇼’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임현우/정인설/강진규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