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흔 지음 / 한국고전번역원 / 296쪽 / 1만2000원
여항은 원래 ‘꼬불꼬불한 골목’이란 의미로 서울의 비양반 계층이 살던 생활공간을 뜻한다. 여항인은 문학 예술 등의 방면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였지만 신분제가 공고했던 조선에선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없었다.
제 눈을 스스로 찔러버린 화가 최북, 바둑으로 시대를 풍미한 김종귀, 연못에 쌀뜨물을 붓고 달을 감상한 임희지, 시에 목숨을 걸었던 김양원 등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길을 좇다 보면 그들의 당당한 삶의 태도에 경외심이 든다.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천수경은 아들 다섯을 두었는데 첫째를 송(松), 둘째를 석(石), 셋째를 족(足), 넷째를 과(過), 다섯째를 하(何)라고 하였다. 송과 석은 그 거처하는 장소로 이름을 지은 것이고, 족은 세 아들로 족하다는 것이고, 과는 네 아들이 많다는 것이고, 하는 다섯 아들이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하는 뜻으로 붙인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전하여 웃음의 재료로 삼았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