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이나 리스크, 커지는 경고음
3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경제가 잘 나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13년 4월9일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피치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중국 경제 위기설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었는데, ‘경제의 기초에 문제가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당시 피치가 제시한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였다.

중국 경제는 정부주도 투자 중심의 고속 경제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도 50% 내외로 대단히 높다. 반면 소비는 약 35%밖에 안 된다. 참고로 미국의 GDP 대비 소비는 70%를 웃돌지만, 투자는 반대로 15%에 불과하다. 투자가 중국 고속성장의 동인임은 이로써 분명해진다. 미국이 돈이 없어 투자를 적게 하겠는가. 한마디로 수익이 없는 곳에는 투자도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은 시장이 결정한다.

여기서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중국 정부가 개입해 투자를 유도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대규모 투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임금이 오르면서 생산성이 임금상승분을 메우지 못하면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수익률 통계는 중국 경제가 이미 10년 전부터 서서히 그런 현상에 휩싸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높은 성장률에 집착해 투자를 계속한다면 과잉중복 투자와 기업수익률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에는 기업부채의 증가로 귀결될 것이다.

올 들어 중국의 과도한 부채가 문제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총 기업 부채가 GDP의 140%라는 공식 통계가 제시됐다. GDP의 약 35%에 이르는, 공개되지 않은 그림자금융의 대출을 숨긴 액수임에도 그렇다고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주장한다. 한국의 기업부채가 GDP의 111%, 미국이 75%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과도한 부채임에 틀림없다. 놀랍게도 2008년에 비해서는 무려 65%나 증가한 수치다. 이상이 구조적인 취약성의 핵심 내용이다.

중국 경제의 위기설은 중국이 이런 부채를 감당하기는 힘들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부채문제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잉투자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부채 증가를 장기간 견디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위의 설명이 암시하듯 우선 투자를 줄여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이익을 못 내는 한계기업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실업 증가와 저성장이라는 어려운 상황이 뒤따르게 되겠지만, 이를 감내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능력이다.

중국의 경제 총수인 리커창 총리도 문제의 심각성은 정확히 인식했다. 서방 언론이 좋은 의미로 ‘리커노믹스’라는 명칭을 선사한 총리의 경제개혁 내용이 경기부양책 금지, 부채감소, 그리고 구조개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정책이 딱 부러지게 시행됐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개혁도 경제성장률 저하를 감내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중국 지도부의 결단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작심 여부는 중국 정부의 판단이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해도 고속성장 시절이 이미 끝났다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개혁을 하면 그나마 파장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지만, 시간을 더 지체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최종 결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계속 추락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는 주장을 꺾기는 힘들어졌다.

김기수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kskim@sejong.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