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계열사간 지분 매매가 왕성해지고 있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지분 거래를 고려하면 삼성그룹은 앞으로 금융과 비금융으로 양분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은 불확실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지분 0.6%) 삼성정밀화학(0.47%) 삼성SDS(0.35%) 제일기획(0.21%) 등 4개 제조계열사는 전날 삼성생명 보유주식 328만4940주(1.64%) 전량을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화재 주식 29만8377주를 취득해 삼성화재 보유지분을 기존 10.40%에서 10.98%로 높였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거래로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계열사→삼성생명'으로 이뤄진 삼성생명을 둘러싼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진다"며 "또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혼합 문제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를 제외하면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는 해소 국면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분 정리 움직임 때문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금융지주회사와 사업지주회사로 나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 과정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금융 계열사의 삼성생명 지분이 매각되면서 앞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며 "비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시 삼성생명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7.6%, 호텔신라 7.5%, 에스원 5.5%, 삼성물산 5.1%, 삼성중공업 3.6%, 제일모직 0.2%, 삼성SDI 0.3% 등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삼성그룹이 금융과 비금융지주사로 간다면 짧게는 계열사를 매수하라는 조언이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가 생긴다면 지분정리 기간 동안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며 "이 기간에는 수급 호재가 있는 계열사를 사야 한다"고 했다.

삼성생명 매수 시점은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할 때로 봤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해소의 핵심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인데, 이것이 이뤄지면 지주사 전환이 확실시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철호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1대 주주 지위 변화와 관련해서는 묘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