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순환출자 해소 계획] "경쟁력 강화·투명성 확보 차원…3세 승계 위한 교통정리 아니다"
삼성이 잇따라 계열사 간 사업 구조조정 및 지분 매매에 나서면서 3세 승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회사 분할과 합병, 지분 이동 등이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삼남매의 회사 분할 등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삼성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이뤄지는 사업 재편은 순환출자 해소, 경쟁력 강화에 있을 뿐 승계작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너 3세들이 가진 지분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순환출자 해소 계획] "경쟁력 강화·투명성 확보 차원…3세 승계 위한 교통정리 아니다"
실제 승계가 이뤄지려면 이들 3세가 가진 주식이 늘어야 하는데, 삼성종합화학의 석유화학 합병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의 석유화학 지분율이 줄어든 것 외에는 별다른 지분 변동이 없다.

그는 “삼성의 승계 문화를 보라”고 강조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1987년 타계 직전까지 아무런 승계 작업을 하지 않았다. 유언장도 쓰지 않았으며 막판에야 자식들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을 불러 본인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서야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요 지분을 3남인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물려줬다는 것이다.

이 회장도 창업주와 같은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그룹 경영권을 쥐기 위한 핵심 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인데, 이 회장이 각각 4%와 20%를 갖고 있다. 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0.6% 남짓한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며 생명 주식은 삼남매 모두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22일 첫 출근해 삼성전자 사장단을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3세들이 경영 능력을 키우는 것을 중시하지 결코 교통정리를 서둘러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본인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삼남매가 어떻게 경영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 각각 전자 계열사와 건설 계열사, 금융계열사 등을 거느리는 구조로 간 뒤 결국 중간 지주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삼성 측은 2008년 삼성 특검사태 당시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위해 “수년 내에 지주사 체제 전환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검토한 결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안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가진 전자 지분 7.6%를 해소하는 게 핵심인데, 삼성전자가 워낙 커진 탓에 이 지분을 넘기는 데만 15조원이 든다는 것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