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시인·평론가 에세이집 인기몰이
개성 있는 문체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소설가 정유정 씨는 지난해 6월《28》(은행나무 펴냄)을 내고 석 달 뒤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히말라야 산악지대. 그곳에 다녀온 정씨는 최근 유쾌한 산행기 《히말라야 환상방황》(은행나무 펴냄)을 내놓았다. 그는 “《28》을 탈고하면서 힘이 소진됐다는 느낌을 받은 데다 소설이 무섭고 힘들었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독자들이 긴장을 풀고 편히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힘을 빼고 솔직한 얘기를 썼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에세이가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에세이는 소설이라는 본업에서 벗어난 일종의 ‘외도’지만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작품 세계관에서 벗어나 진솔한 목소리를 내는 창구인 셈이다. 시나 소설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거나, 다양한 관심사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도 에세이는 매력 있는 분야다.

소설가 김사과 씨는 지난 2월 자신의 첫 에세이집 《설탕의 맛》(쌤앤파커스 펴냄)을 냈다. 김씨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거쳤던 뉴욕, 포르투, 베를린 등에서 만난 사람과 일상을 독특한 글솜씨로 써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의 《밤이 선생이다》(난다 펴냄)는 지난해 6월 출간됐지만 지금도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100’ 안에 16주째 들어 있다. 송진경 알라딘 에세이 MD는 “텍스트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황 교수 글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가 쓴 여행 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홍익출판사 펴냄)도 단순한 여행기를 벗어나 문학적 감수성까지 담아 20~40대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음산책은 소설가 박완서 씨의 유고 산문집 《세상에 예쁜 것》, 소설가 김중혁 씨의 《뭐라도 되겠지》, 시인 김소연 씨의 《마음사전》 등을 펴낸 에세이 전문 출판사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문인들이 쓴 에세이의 매력을 “작가들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시나 소설은 작가가 주인공이나 작품의 세계관 안에 숨을 수 있지만 에세이에선 자신의 필력과 입담을 고스란히 보여야 한다”며 “작가를 더 알고 싶어 소설은 빠뜨려도 산문은 꼭 챙겨 읽는 독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다음달엔 소설가 김연수 씨가 쓴 《청춘의 문장들》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청춘의 문장들+》(가제)로도 나올 예정이다. 《청춘의 문장들》은 2004년 출간된 후 25쇄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