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발레 '멀티플리시티' 안무 맡은 나초 두아토 "바흐의 우아한 선율, 춤으로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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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일 LG아트센터서 공연
"바흐 음악 23곡 골라 창작"
"바흐 음악 23곡 골라 창작"
발레리노가 바흐의 음악에 맞춰 발레리나의 몸을 연주한다. 바흐가 첼로를 다루는 모습이 꼭 저랬을까. 첼로를 상징하는 발레리나의 몸에 활이 그어질 때마다 몸이 음표처럼 춤춘다. 가슴, 허리, 허벅지, 발바닥…. 활 연주가 이어지자 에로티시즘이 최고조에 이른다. 발레가 이토록 섹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2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펼쳐진 모던발레 ‘멀티플리시티(다양성)’ 리허설 현장. 유니버설발레단원들은 오는 25~2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를 작품의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무를 맡은 나초 두아토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 상임안무가(57)를 만났다.
‘멀티플리시티’는 두아토가 독일의 음악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250주기를 1년 앞둔 1999년 독일 튀링겐 주 바이마르시의 의뢰로 만든 작품이다. 두아토는 “바흐가 10년간 바이마르에 살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스페인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었던 그는 이 작품으로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안무상을 받았다.
“저의 때 묻은 손으로 바흐의 음악을 춤으로 만들어도 될지 두려움이 컸습니다. 너무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음악이라서요. 그래서 초연 때 직접 무대에 섰습니다. ‘바흐, 당신의 음악을 사용해도 되겠느냐’ 묻고 바흐가 허락하는 형식으로 작품을 풀어냈죠.”
두아토는 “작품을 만드는 내내 밤마다 바흐와 대화하며 작품에 쓰일 바흐의 음악 23곡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골드베르크 바리에이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결혼 칸타타, 오르간 소나타, 푸가의 기법 등이 배경 음악으로 쓰인다.
두아토는 “1부 ‘멀티플리시티’는 바흐의 부인과 가족, 선생님으로 일한 시기 등 그의 인간적 면모를 유머와 재치를 곁들여 표현했고, 2부 ‘침묵과 공의 형상’은 창작의 고뇌와 실명 위기, 죽음을 만난 순간 등 그의 예술적 삶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무를 할 땐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앞이 안 보이지만 무용수, 스태프들이 도와줘서 더듬더듬하면서 집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발레 안무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때론 제 자신이 아마추어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작업을 여러 번 할수록 경험은 쌓이지만 불확실함은 변하지 않더군요. 이런 마음이 죽도록 배우고 싶다는 동기를 불러일으키죠.”
두아토는 ‘나 플로레스타’ ‘두엔데’에 이어 유니버설발레단과 세 번째로 작업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멀티플리시티’를 무대에 올린 다섯 번째 단체다. 2002년 이 작품을 본 문훈숙 단장이 삼고초려 끝에 두아토를 ‘모셔’ 왔다. 한 단체와 지속적으로 관계 맺기를 중시한다는 그는 “춤은 그림이나 영화와 달리 복제할 수 없어 살아 있는 예술”이라며 “세계 모든 발레단은 각기 다른 문화 속에 있으므로 작품도 그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버설 발레단원에 대해 “훌륭하고 움직임이 좋으며 집중력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2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펼쳐진 모던발레 ‘멀티플리시티(다양성)’ 리허설 현장. 유니버설발레단원들은 오는 25~2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를 작품의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무를 맡은 나초 두아토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 상임안무가(57)를 만났다.
‘멀티플리시티’는 두아토가 독일의 음악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250주기를 1년 앞둔 1999년 독일 튀링겐 주 바이마르시의 의뢰로 만든 작품이다. 두아토는 “바흐가 10년간 바이마르에 살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스페인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었던 그는 이 작품으로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안무상을 받았다.
“저의 때 묻은 손으로 바흐의 음악을 춤으로 만들어도 될지 두려움이 컸습니다. 너무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음악이라서요. 그래서 초연 때 직접 무대에 섰습니다. ‘바흐, 당신의 음악을 사용해도 되겠느냐’ 묻고 바흐가 허락하는 형식으로 작품을 풀어냈죠.”
두아토는 “작품을 만드는 내내 밤마다 바흐와 대화하며 작품에 쓰일 바흐의 음악 23곡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골드베르크 바리에이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결혼 칸타타, 오르간 소나타, 푸가의 기법 등이 배경 음악으로 쓰인다.
두아토는 “1부 ‘멀티플리시티’는 바흐의 부인과 가족, 선생님으로 일한 시기 등 그의 인간적 면모를 유머와 재치를 곁들여 표현했고, 2부 ‘침묵과 공의 형상’은 창작의 고뇌와 실명 위기, 죽음을 만난 순간 등 그의 예술적 삶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무를 할 땐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앞이 안 보이지만 무용수, 스태프들이 도와줘서 더듬더듬하면서 집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발레 안무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때론 제 자신이 아마추어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작업을 여러 번 할수록 경험은 쌓이지만 불확실함은 변하지 않더군요. 이런 마음이 죽도록 배우고 싶다는 동기를 불러일으키죠.”
두아토는 ‘나 플로레스타’ ‘두엔데’에 이어 유니버설발레단과 세 번째로 작업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멀티플리시티’를 무대에 올린 다섯 번째 단체다. 2002년 이 작품을 본 문훈숙 단장이 삼고초려 끝에 두아토를 ‘모셔’ 왔다. 한 단체와 지속적으로 관계 맺기를 중시한다는 그는 “춤은 그림이나 영화와 달리 복제할 수 없어 살아 있는 예술”이라며 “세계 모든 발레단은 각기 다른 문화 속에 있으므로 작품도 그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버설 발레단원에 대해 “훌륭하고 움직임이 좋으며 집중력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