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내 딸아" "형, 가지마"…안산 온 시민이 울었다
단원고 희생자 6명의 장례가 차례로 치러진 20일 안산에서는 새벽부터 떠나간 친구를 목 놓아 부르는 학생들의 울음이 그칠 줄 몰랐다.

오전 5시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 열린 2학년 장모군의 발인식에 모인 학생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연신 훔쳤다. 이어 같은 반 안모군, 6반 담임 남윤철 교사, 3반 담임 김초원 교사의 장례가 차례로 진행됐다.

김 교사의 유족들은 운구차가 떠날 때까지 “초원아!”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오전 9시 단원고. 3반 전모양의 영정을 실은 운구차가 정들었던 교정을 지나자 학생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오전 11시에는 4반 김모군의 발인이 치러졌다. 김군의 아버지가 어린 둘째 아들을 끌어안고 오열했으며, 둘째 아들은 “형, 가지마!”라고 외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남 교사는 이날 고향인 청주 목련공원에서 화장돼 청원군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남 교사의 부친은 자식과의 마지막 작별에서도 북받치는 슬픔을 누르며 주변 사람들을 다독였다. 충북의 한 사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의로운 죽음입니다. 끝까지 학생들을 살리려고 노력하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저는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초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남 교사의 한 친척은 “남 교사는 어려서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자신이 맘먹은 일은 꼭 이룰 만큼 의지가 강했다”며 “강직한 성격에 어린 제자들을 두고 홀로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만명 인구의 안산시내는 화창한 일요일 낮임에도 적막했다. 고려대안산병원 맞은편 안산교육청에는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쇼핑명소인 고잔동 문화광장 거리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월피동 삼일마트 앞에는 수백장의 응원 쪽지가 붙었다. 안산제일교회의 부활절 예배엔 신도 1만명이 모여 눈물로 기도했다. 이 교회에 다니는 단원고 학생 8명 중 돌아온 학생은 아직 단 1명뿐이다.

앞서 19일 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촛불행사에는 시민 30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10대 학생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편지 낭독이 이어질 때마다 곳곳에서 흐느꼈다. 단원고 1, 3학년의 수업은 이르면 오는 24일부터 재개된다.

안산=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