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달러화와 비교한 위안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해 일부 중국 기업은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달러화로 원자재를 대량 수입해야 하는 항공사나 정유회사, 그리고 외화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17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2.7% 하락했다. 이 같은 위안화 가치 하락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올 들어 실물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수출 촉진을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위안화 약세 유도 정책 여파로 일부 기업은 오히려 실적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남방항공이다. 이 회사는 1분기 순손실 규모가 3억~3억5000만위안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의 5700만위안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전환했다.

중국남방항공 관계자는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이 적자 전환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중국 항공사들은 전체 부채의 약 80%가 외화부채라고 추정했다.

정유회사 시노펙 역시 지난 1분기 순손실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시노펙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유의 90%가량을 수입한다.

부동산 개발업체 역시 위안화 가치 하락의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 증권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전체 부채의 90%가량이 외화표시 부채인데다 환헤지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