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새벽 침몰 여객선의 구조자와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한 뒤 발길을 돌리다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홍원 국무총리가 17일 새벽 침몰 여객선의 구조자와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한 뒤 발길을 돌리다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성원아, 내 딸 성원이 어디 있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들이 임시 수용된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은 16일 오후 5시30분께 안산 단원고 학부모 250여명이 도착하면서 순식간에 비명과 절규, 오열로 가득했다.

학부모들은 구조자 명단을 확인한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자식들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이 가운데 유백평 씨(58·경기 안산시) 등 3명이 오열하다 실신해 인근 진도한국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부모와 함께 제주도 여행에 나섰다가 혼자 구조된 조요셉 군은 울다 지쳐 잠이 들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한때 현장에서는 100여명의 추가 구조자들이 팽목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허탈감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학부모 김모씨는 “모두가 구조됐다는 말을 듣고 달려왔는데 승선자 대부분이 실종됐다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냐”며 “생사를 알 수 없는 아이들 걱정에 부모들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으니 제발 사고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라도 알려달라”며 울먹였다.

학부모들의 분노는 이날 밤 12시30분께 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표출됐다. 정 총리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함께 체육관을 돌며 300여명의 학부모들에게 “죄송하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고와 위로의 뜻을 전했지만 수색이 늦어지는 데 격앙된 일부 학부모는 경호원들의 제지를 뚫고 정 총리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했다. 정 총리는 또 생수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 총리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 소동을 지켜본 진도군의 한 관계자는 “초조감과 울분에 휩싸여 있는 학부모들이 정 총리가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체육관을 도는 것을 보면서 ‘너무 성의가 없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10분 만에 쫓겨나다시피 현장을 떠났다.

안산의 단원고 종합상황실도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정모군(2학년 4반)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학부모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나갔고, 일부 학부모는 학교 측에 안갯속에 출항을 강행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학부모 박모씨는 “어젯밤에 아들이 전화해 ‘안개가 심해 못 갈 것 같다’고 했다가 내가 다시 전화했더니 ‘그냥 출발한다더라’고 했다”며 “학교 측이 위험한 상황인데 수학여행을 무리하게 진행해 사고가 터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들은 구조된 학생들과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같은 반 학생의 생사 여부와 몸 건강 상태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학부모는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한참이 지나 학교 측에서 알려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큰딸이 뉴스를 보고 연락해와 학교로 전화를 했지만 불통이었다”며 “떨리는 가슴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한참 있다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진도=최성국/안산=김인완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