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물을 3D(3차원 영상)로 측정하고 표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2006년에 설립된 A사. 연구개발(R&D) 경험이 전무해 산·학협력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들어갔지만 성과물이 늦어지자 초기 투자자들이 이탈했다. A사는 결국 5년 만인 2011년 부도가 났다.

#2. 자동차 부품업체인 B사는 한 정부 부처의 R&D 과제를 지원받아 친환경 부품 기술을 개발했으나 막상 수요기업을 찾지 못했다. 납품처를 찾아 이리저리 발품을 파는 사이 회사의 재무상태마저 어려워졌다.

잠자는 국가 R&D 기술, 벤처·中企 사업화로 깨운다
앞으로는 A사와 B사 같은 벤처기업, 중소기업들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부처 산하기관들이 개발해 놓고도 활용하지 않고 있는 기술을 모아 이들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이 이전받은 기술을 사업화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컨설팅 지원도 하는 ‘기술사업화협의체’를 만들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이 같은 역할을 할 ‘기술사업화협의체’를 16일 발족한다.

협의체에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비롯해 국방과학연구소(국방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농림축산식품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산업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산업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국토교통부),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해양수산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수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환경부) 등 10곳이 참여한다.

구체적으로는 협의체에 참여하는 부처 기관들이 잠자고 있는 기술을 향후 설립할 기술은행에 넘긴다. 기술은행은 이 기술들을 선별해 예비창업자, 벤처기업, 중소기업 등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제공한다. 산업부는 ‘기술은행’을 내년 중 구축한다는 업무협약을 16일 9개 기업과 체결한다.

협의체는 또 기술 수요자들이 이전받은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자문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자문단은 투자와 융자는 물론 법률, 회계, 마케팅, 인력양성 등에 대한 사업화 애로 해소책을 수시로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한다.

협의체는 △국방 △농림식품 △국토교통 △해양 △환경 △발전·에너지 △보건 등 7개 분야로 나뉘어 운영되며 대표는 정재훈 KIAT 원장과 강호갑 중견련 회장(신영그룹 회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정 원장은 “현재 국가 R&D 과제 성공률은 90%가 넘지만, R&D로 탄생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비율은 24%에 그치고 있다”며 “다양한 부처의 사업화 지원기관이 모인 기술사업화협의체가 생기면 앞으로 국가 R&D 성과 사업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부 주도하에 설립할 기술은행에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SK하이닉스 LS산전 한국전력 등 6개 대기업과 한글과컴퓨터 루멘스 캠시스 등 3개 중견기업도 미활용 기술을 이전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기술사업화협의체와 별도로 미활용 기술을 모아 이를 원하는 중견·중소·벤처기업에 나눠줘 상용화하게 된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