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8개월 아들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는 장면 '충격'
(상·하)게임에 빠져 28개월된 아들을 방치하다 숨지자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정모(22)씨가 숨진 아이가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서는 모습. CCTV 화면 캡쳐(대구 동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상·하)게임에 빠져 28개월된 아들을 방치하다 숨지자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정모(22)씨가 숨진 아이가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서는 모습. CCTV 화면 캡쳐(대구 동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인터넷 게임에 빠진 20대 초반의 아버지가 생후 28개월 된 남자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이 실제 발생했다.

특히 아버지 정모(22)씨는 숨진 아들을 담요에 싼 채 24일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는가 하면 뒤늦게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경북 구미시 인동의 길가에서 남자 아이가 쓰레기 봉투에 담겨 숨진 채 발견됐다.

14일 대구 동부경찰서 등에 정씨는 지난 2월 24일 아내와 별거를 시작한 뒤 PC방을 돌면서 게임을 하다가 집에 내버려둔 아들을 숨지게 했다.

정씨 부부는 생활고로 별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씨 아내(22)는 지역의 한 공장에 취직해 기숙사로 들어갔고, 기숙사에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정씨가 양육을 맡았다.

그러나 정씨는 별거가 시작된 당일 오후에 아들을 집에 혼자 둔 채 외출해 PC방과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2살짜리 아들을 집에 방치해 두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2~3일에 한 번 정도 집에 들러 확인한 후 다시 외출해 게임에 몰두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중간중간 집으로 올 때 정씨는 아들이 먹을 것 등을 사들고 와 먹이기는 했지만, 외출한 뒤 아이의 끼니는 챙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7일 오후 1시께 집에 돌아왔을 때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어 3월 31일 귀가했다가 상당히 부패한 시신을 담요에 싼 뒤 베란다에 내어놓았다.

다시 외출한 정씨는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로 내놓은 자기 집에 중개사 등이 찾아오면 시신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고 보고 시신을 치우기로 했다.

지난 11일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100ℓ들이 쓰레기 봉투에 시신을 담은 뒤 집에서 1.5㎞ 가량 떨어진 구미시 인동에 시신을 버리고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엽기적인 행각은 별거 중이던 아내가 아들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아들을 보여달라"는 아내의 요청에 정씨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정씨는 아내가 끈질기게 아들의 소식을 묻자 함께 13일 오전 대구 동부경찰서 동대구지구대를 찾아 "노숙을 하던 중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동대구역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특이점이 나오지 않아 계속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경찰은 정씨가 아들을 방치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아들이 숨지는 과정에 있었던 그의 행동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등의 혐의로 14~15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아이를 방치·학대한 것이 1~2차례 정도로 그쳤으면 '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정씨의 진술 가운데 오락가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외출하는 것도 아동학대의 범주에 들어가나 우리 사회는 그런 인식이 부족하고 가정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외부의 개입을 꺼리는 경향마저 있다"며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 부부는 10대 때 게임을 하다가 만나 살림을 차린 뒤 뒤늦게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숨진 아들의 생년월일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공황상태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