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미나에 참석 황석영 씨 "한국근대화 30년 원동력은 문화적 열망"
“오에 겐자부로와 르 클레지오는 저보고 말하죠. 이야깃거리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난 게 부럽다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의 자유가 부럽다고. 개인적 자유뿐 아니라 역사와 사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롭고 싶다고….”

소설가 황석영 씨(71·사진)는 지난 8일 ‘2014 런던도서전’ 문학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미나는 영국의 파키스탄계 소설가 카밀라 샴지(41)와 문학·역사를 주제로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황씨는 “군사정권과 싸우면서 감옥을 세 번이나 들락날락한 터라 누구보다 역사적 상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며 “내가 역사소설을 쓴 것은 역사를 담아내려는 거대한 야심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상처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작가로서의 책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6·25전쟁이 끝났을 때만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 빈국이었는데, 그런 상태에서 근대화를 30년 동안 후다닥 해치운 원동력은 문화적인 의욕과 열망”이라며 “감옥에서 나와 집도, 갈 곳도 없는 저를 살려낸 것이 한국의 독자들이며 그런 독자가 있는 한국에서 태어난 게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인터넷 시대에 와서 작가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었다”며 “요새 젊은 사람들의 문학을 볼 때 예전처럼 문학이 사회·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