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독일어권을 대표하는 관현악단인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데이비드 진먼의 설명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1868년 창단돼 146년 역사를 자랑한다. 루돌프 켐페, 게르트 알브레히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 독일계 수석 지휘자를 중심으로 독일 관현악의 기초를 다졌다. 초대 지휘자였던 프리드리히 외거와 작곡가 브람스의 친분이 두터워 브람스가 직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가 오는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이 오케스트라의 현재 음악감독은 1995년부터 20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미국 지휘자 진먼이다. 내년 시즌부터 프랑스의 젊은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가 악단을 이끌 예정이어서 진먼과 톤할레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공연이다.
진먼은 1999년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기존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판본 대신 파격적인 ‘베렌라이터’ 신판 악보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관현악곡 전집,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집, 말러 교향곡 전집 등을 잇따라 내며 톤할레 오케스트라를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끌어올렸다.
진먼은 “말러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노력을 기울인 다음 녹음과 연주를 했을 때의 기쁨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994년 미국 볼티모어 심포니를 이끌고 한국을 찾았던 진먼은 “20년 전 한국 연주회 때 관객들이 매우 열정적이고 유쾌했던 것 같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바이올린계의 혁명가’이자 ‘현존 최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기돈 크레머가 협연자로 나선다. 크레머는 1986년 첫 내한 이후 11차례 한국 무대에 섰지만 독주회나 실내악, 탱고 연주회 등에 한정됐다. 오케스트라 협연자로 청중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먼은 크레머에 대해 “솔로 연주를 실내악 연주처럼 들리게 하는 능력을 가진, 정말 뛰어나고 예민한 뮤지션”이라고 평가했다.
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24만원. (02)599-5743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