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설명이 안 돼.”

[책마을] 동물의 진화는 입에서 시작됐다
‘종의 기원’의 탈고를 앞둔 1859년 찰스 다윈이 내뱉은 한탄이다. 5억년 전 지구에는 엄청난 종류의 생물이 폭발하듯 출현했다. 이른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다. 하지만 45억6000만년 전 지구가 생겨난 이래 40억년을 차지한 ‘선(先)캄브리아기’의 암석에선 동물 화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

삼엽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난데없이 등장했다. 진화의 사슬이 끊어져 버렸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의 세계, 바로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다.

혹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창조설의 증거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갖가지 가설을 내놨다. 화석 기록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라는 ‘라이엘의 감’,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쉽게 화석화되는 광물 골격의 진화 때문이라는 ‘솔러스의 수’, 바닷물의 화학적 조성 변화로 인한 칼슘 골격의 진화 때문에 일어났다는 ‘달리의 꾀’까지. 하지만 어느 하나도 명백한 답을 주지 못했다.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는 화석과 수십억년 전 암석에 들어 있는 미화석(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크기의 화석)을 통해 동물의 초기 탄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 과학은 선캄브리아기 대부분 시간 동안 생물들이 세포의 형성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책은 이 사실을 근거로 10억년 전 복합세포가 탄생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베리아 중국 인도 이란 캐나다 스코틀랜드 등 세계 주요 화석 발굴 현장에서 저자가 찾아낸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원동력 중 하나로 ‘입의 진화’를 꼽는다. 세포 탄생 이후 생겨난 동물들은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했다. 이들은 몸에 있는 구멍으로 들어온 플랑크톤을 소화해 다시 배설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캄브리아기에 늘어난 식물들은 동물들에 선택을 강요했다. 헤엄쳐 식물에게 다가가 먹이를 쥘 수 있는 다리와 깨물 수 있는 주둥이가 필요했다. ‘프로토헤르트지나’는 5억4200만년 전 암석에서 처음 나타나는 골격 화석으로, 화석 기록에 최초로 나타난 육식 동물이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갑주를 가진 동물도 등장했다. 캄브리아기에 화석 생물이 등장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단단한 주둥이와 갑주를 가진 동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