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상승랠리를 펼쳤던 태양광 원료와 부품 가격이 최근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업황 회복세가 주춤하자 대규모 투자에 부담을 느낀 일부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한화 OCI 등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은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믿고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잠정집계한 OCI는 흑자전환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태양광 시장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빛 보기 힘드네"…수익성 낮은 업체 잇따라 투자축소

◆올해 태양광 수요 22% 증가

태양광 부품업체인 넥솔론은 1일 대만 진테크에너지와 2636억원 규모의 웨이퍼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 회사 연결 매출의 약 80%에 해당하는 대규모 수주다. 넥솔론은 이우현 OCI 사장과 동생인 이우정 씨가 최대 주주다.

OCI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OCI는 2012년 6월 시작했다가 지난해 8월 사업 부진을 이유로 중단했던 폴리실리콘 증설투자를 최근 재개했다. 내년 6월까지 총 1209억원을 들여 연 1만t 규모의 공장을 추가한다. 2016년 말을 목표로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건설 중인 400㎿(메가와트) 태양광발전소 사업도 올 연말까지 2단계(89㎿)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계는 올해 1분기 OCI의 영업이익은 100억원 이상으로 3분기 만에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 수직계열화 작업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달부터 여수의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80% 수준인 가동률은 상반기 내 100% 가까이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지난달 20일 프랑스에 사무소를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시장조사회사인 IHS는 이날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 전망치를 기존의 44.5GW(기가와트)에서 46GW로 상향 조정했다. 작년보다 22% 늘어난 규모다.

◆태양광 사업 재편 활발

태양광전지(셀)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달 12일 ㎏당 22.60달러를 정점으로 소폭 하락 중이다. 셀 가격도 2월을 꼭짓점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연초 랠리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태양광 시장은 지난달 7일 중국 모듈업체인 차오리솔라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일시적으로 심리가 위축됐다. 이후 사업 철수 소식이 국내에서 연이어 나왔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달 20일 폴리실리콘 자회사 SMP 지분 35%를 합작사인 미국 선에디슨에 매각하고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뗐다.

2010년 미국 네바다주에 300㎿급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따냈던 포스코에너지도 전력을 구매할 사업자를 찾지 못해 최근 매각 방침을 정했다. 같은 지역에서 150㎿급 태양광발전소 개발 사업을 벌여왔던 서부발전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5일엔 미국 태양광전지 회사인 헬리오볼트에 약 800억원을 투자했던 SK이노베이션이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헬리오볼트는 값이 싼 구리를 이용해 태양광전지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해 기대를 모았지만 양산을 앞두고 추가 투자 부담이 커지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수익 양극화로 일부 기업이 정리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태양광 산업이 건전해지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