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전쟁 'T·M·T'가 달궜다…1분기 인수합병 거래액 1743억弗…2006년 이후 최대
첨단기술·미디어·통신을 아우르는 ‘TMT(Technology, Media and Telecommunication)’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이 굴뚝산업에서 최첨단 기술산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올 1분기 TMT 부문 M&A 거래액이 1743억달러(약 185조5710억원)를 넘어섰다고 시장조사업체 머저마켓의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65% 증가한 것으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올 1분기 전 세계 M&A 거래액은 5939억달러(약 632조4000억원)로, 이 가운데 TMT 부문이 2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 기준 상위 5건의 거래 중 3건이 TMT 부문이었다.

◆상위 5건 중 3건이 ‘TMT’

올초 잇따라 성사된 ‘대형 딜’이 TMT 부문의 M&A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미국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가 지난달 타임워너케이블을 685억달러에 인수한 게 최대 규모 거래였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지난 2월 메신저 서비스 와츠앱을 160억달러에 인수한 것과 미국 미디어그룹 리버티글로벌이 1월 네덜란드 케이블TV업체 지고의 지분 71.5%를 110억달러에 사들인 게 각각 3위와 5위 규모 거래로 꼽혔다.

반면 에너지·광산·유틸리티 업종의 M&A 거래액은 지난해 1분기 1079억달러에서 올 1분기 821억달러로 23.9% 줄었다. 소비재 기업 M&A는 같은 기간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약·의료·바이오테크업종(337%), 산업·화학업종(47%)의 증가폭에 못 미치는 수치다. FT는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고, 전통산업 규제가 강화돼 M&A가 주춤해졌다고 분석했다. 폴 바커 바클레이즈 M&A부문 대표는 “TMT 부문 M&A 거래 규모는 이 업종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준다”며 “나머지 부문은 전혀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 입김 때문” 해석도

TMT업종 기업들이 M&A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력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을 비롯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최근 애플, 이베이 등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주주환원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커트 사이먼 JP모간 TMT 투자부문 책임자는 “행동주의 투자자 3명 중 1명이 TMT업종에 포진해 있다”며 “TMT는 다른 업종보다 현금 보유량이 많고, 주가수익비율(PER)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혁신 속도가 빨라 투자자들이 회사 경영전략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TMT 분야 전체 M&A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몇몇 대형 딜을 제외하면 아직도 ‘잔챙이 딜’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346건에 달하는 M&A가 미국 TMT 분야에서 나왔지만 대부분 규모가 500만달러 이하였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다폰이 스페인 통신사 오노를 72억달러에 인수한 것과 리버티글로벌의 지고 인수를 제외하면 역시 500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거래였다.

진 사이크스 골드만삭스 M&A부문 공동 대표는 “최근 몇몇 대기업은 실적 검증이 안 돼 투자 위험이 높은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다른 중소기업도 자극받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FT는 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신흥국과 유럽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커지면서 올해 M&A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올 1분기 M&A 거래액은 총 277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래액도 각각 18%, 33% 증가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