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 비행기들, 잘 부탁드려요!
저가 항공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한국 시장에 저비용 항공사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비용 항공사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승객에게 저렴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범했다. 하지만 저비용 항공 서비스의 가격 효율성보다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심리적 편견 때문에 비행기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항공사가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승객의 당연한 권리다. 승객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항공사와 정부는 안전시설 관리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안전 전문인력을 모든 항공사에 수시로 파견해 운항 및 정비관리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안전평가 기준 등에 미달하는 항공사에는 개선을 요구하고 재확인 절차를 거친다. 꽤 까다로운 점검 절차다.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국토부가 사실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외부 기관의 눈으로 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항공 서비스의 안전성을 확인받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이렇게 수시로 정부의 점검을 받는 동시에 2년에 한 번씩 ‘국제항공운송협회 주관 안전평가인증프로그램(IOSA)’ 안전감사 인증을 취득한다. 국제항공수송협회(IATA)에서 2003년 개발한 안전평가 기준인 IOSA는 전문 평가관이 직접 항공사를 방문해 표준화된 항목에 맞춰 엄격하게 검사를 진행한다. 진에어가 출범하는 순간부터 IOSA 인증을 위해 전 임직원이 고군분투했던 이유다. 임직원들의 구슬땀이 모여 최초의 ‘무결점 저비용’ 항공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진에어. 진에어는 2년에 한 번씩 IOSA 재인증을 위해 정비 객실 운항본부 등 전 부서가 정신없이 바빠진다.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선 이용자 총 2235만명 중 48%에 해당하는 승객이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했다고 한다. 국제선 노선 또한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매번 사내 격납고를 지날 때 안전 점검을 받는 진에어 항공기 모습을 바라보며, 정비사분들께 조용히 속삭인다. “우리 비행기들, 잘 부탁드립니다!”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