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외무성 성명을 내고 “핵 억제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독일 드레스덴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확대 등 유화 카드를 꺼냈지만 북한은 오히려 대남 비방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28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을 비난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핵전쟁 연습은 못 본 체하면서 우리 군대의 자위적인 로켓 발사 훈련은 규탄하고 조치를 또 취하려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또다시 도발로 걸고 드는 경우 적들이 상상도 하기 힘든 다음 단계 조치들도 준비돼 있다”며 “파국적인 사태가 초래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작년 2월 3차 핵실험에 이어 1년여 만에 강도 높은 핵실험을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던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이 독일에서 발표한 평화통일 구상을 위한 대북 3대 제안도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기존의 플루토늄이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HEU)을 사용한다면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 정부와 국제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28일 독일을 순방 중이던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방을 이어갔다. 이 신문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야만 행위’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박근혜는 유럽 나라들을 돌아치며 ‘통일’이니, ‘공동번영’이니, ‘교류’니 하는 낯간지러운 수작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겉으로는 미소를 띠면서 속에는 독을 품고 우리를 해치려고 발광하는 박근혜의 뻔한 흉심을 우리는 낱낱이 꿰뚫어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북한은 국제 사회가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비핵화의 필요성을 자신들에 대한 비방이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상식 이하의 표현으로 우리 국가 원수를 모독하는 무례한 언행을 계속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