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인생의 봄' 꿈 꾼 김유정
2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巨匠) 김유정의 일생은 불행했다. 10대 시절부터 병을 앓은 그는 짧은 평생 계속 가난에 시달렸다. 결국 대학도 중퇴하고 이집 저집을 떠돌다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요절 직전 2년 동안 쓴 30여편의 소설은 한국 문학사에 영원한 발자취를 남겼다.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그는 7세 때 모친, 9세 때 부친을 잃었다. 1920년 경성재동보통학교 재학 중에는 월반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연희전문학교 신입생 때는 기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했다. 폐결핵 치질 등 지병은 이때를 전후해 심해졌다. 유일하게 기댈 곳이던 하나뿐인 친형은 가산을 탕진하고 흥청망청했다. 결국 춘천 실레마을로 낙향해서는 술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이때 느낀 농민들의 처연한 삶은 그의 문학의 토대가 됐다.

1932년에는 브나로드운동(농촌계몽)을 하면서 교육활동을 펼쳤다. 1933년 서울로 올라와 누나 집 등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투병과 함께 소설 쓰기에 매진했다. ‘소낙비’ ‘노다지’ ‘만무방’ ‘봄봄’ ‘동백꽃’ 등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세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이 이때 모두 탄생했다. 그는 죽기 직전 절친 안회남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날로 몸이 꺼진다.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탐정소설을 번역해 돈을 벌면 닭 30마리, 구렁이 10마리를 먹겠다. 반가운 소식 전해다오.” 그의 삶에 있어 소설 집필은 유일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 김유정

-1908년 강원 춘천 출생
-1929년 연희전문학교 입학
-1932년 고향서 브나로드운동
-1933년 폐결핵 진단
-1935년 ‘소낙비’로 신춘문예 당선
-1936년 단편 ‘동백꽃’ 발간
-1937년 지병 악화로 사망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