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수입차 맞먹는 '조용한 질주', 말리부 디젤 VS 핸들링·승차감 '웰메이드카', i40디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수입차가 주도하는 디젤 세단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성능에선 외국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부담 없는 가격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연말까지 대어급 국산 디젤 세단이 동시 출격을 준비 중인 가운데 한국GM의 ‘말리부 디젤’과 현대자동차의 ‘i40 살룬 디젤’이 국내 대표주자를 자임하고 있다.

한국GM이 지난 13일 출시한 말리부 디젤은 외국산 디젤 세단 못지 않게 조용한 느낌을 줬다. GM 계열의 독일 오펠이 만든 2L 디젤엔진과 일본 아이신 2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잘 어우러진 덕이다. 한계령을 무리 없이 올라갈 정도로 오르막에서 끄는 힘(토크) 측면에서도 외국산 디젤 못지 않았다.

[시승기] 수입차 맞먹는 '조용한 질주', 말리부 디젤 VS 핸들링·승차감 '웰메이드카', i40디젤
시속 150㎞까지 무리 없이 질주했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200㎞까지 내달렸다. 내리막길에선 210㎞까지 속도를 냈다. 말리부 가솔린에 비해 치고 나가는 힘(출력)에서 더 나았다.

오르막이 많은 강원 홍천에서 한계령 휴게소까지 L당 연비는 공인 복합 연비(13.3㎞)에 못 미치는 12.4㎞가량이 나왔다. 그러나 내리막이 많은 한계령에서 강릉 경포대까지의 연비는 14.5㎞였다. 연비뿐 아니라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응답하는 속도에서도 외국산 디젤에 비해 다소 못 미치는 듯했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치명적인 약점은 아니었다.

말리부 디젤과 i40 살룬 디젤을 비교하면 승부는 더 재밌어진다. i40 살룬 디젤은 2011년 10월 왜건(좌석 뒷부분에 큰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승용차)과 세단 두 종류로 나왔다.

이 가운데 ‘i40 살룬 디젤’ 세단과 말리부 디젤의 스펙을 비교해보자. i40 살룬에는 배기량 1.7L짜리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33㎏·m의 성능을 갖췄다. 복합연비는 15.1㎞/L다. 말리부 디젤은 2.0L 디젤 엔진이 들어갔다. 배기량이 큰 만큼 힘이 좋다. 하지만 그만큼 연비는 낮다. 복합연비가 13.3㎞/L다.

두 차 모두 중형 세단이지만 덩치는 말리부가 더 크다. 앞뒤 길이는 12㎝나 차이가 나고, 너비도 4㎝ 길다. 하지만 실내공간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휠베이스(앞뒤 축간 거리)는 i40가 2770㎜로 말리부(2737㎜)보다 길다. 무게도 말리부가 1645kg로 i40 살룬보다 115㎏ 더 나간다. 물론 요즘엔 가벼운 것보다 ‘얼마나 튼튼한가’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말리부의 강성은 매력적이다.

i40 살룬은 현대차의 ‘웰메이드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디자인은 물론 핸들링, 승차감, 가속감 등 대부분이 만족스러웠다. 디젤 특유의 초반 가속감도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특히 정지상태에서 엔진의 떨림이 느껴졌다. 이후에 나온 아반떼 디젤과 비교해도 컸다. 실제 주행연비는 도심 기준으로 10~11㎞/L로 말리부 디젤과 비슷했다. 가격도 각각 2785만~3115만원, 2703만~2920만원으로 i40가 좀 더 높게 형성돼 있다. i40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운 경쟁이 될 것 같다.

정인설/최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