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국내 처음으로 생긴 제조업연구회라는 학술동아리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을 모르고선 기업 경영을 논할 수 없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금융투자, 전략컨설팅 등 시류를 쫓아가기 바쁜 기존 경영동아리와는 문제의식부터가 다르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은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이런 기여도에 비해 학생들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대 제조업연구회 활동이 참으로 반가운 이유다.

한국 제조업의 발전모델은 이미 수많은 개도국의 연구대상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제조기업은 선진국의 유수 대학들조차 대표적인 성공사례 연구대상으로 삼는 정도다. 그러나 정작 국내 대학에서는 찬밥신세나 다름없었다. 아니 아무런 근거 없이 국내기업은 깎아내리고 외국기업은 무조건 숭배해왔던 게 국내 대학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서울대 제조업연구회가 이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박오수 등 서울대 경영대 교수들도 호응하고 나섰다고 한다. 대학이 모처럼 제 할 일을 하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제조업은 경제의 기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이 강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 세계가 다시 제조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당장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우리와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진화 작업에 착수했고, 일본은 제조업 구조개혁으로 역공세를 취할 태세다. 여기에 미국 제조업은 셰일가스 혁명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제조업이 몰락한 뒤 창조경제를 외치던 영국조차 2050년 제조업 전략을 다시 짜는 판이다. 앞으로 제조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한국 제조업은 다시 한 번 혁신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시점이다. 소득 4만달러가 제조업의 성패에 달려 있다. 서울대 제조업연구회 활동을 계기로 대학에서 제조업에 대한 올바른 재인식과 함께 활발한 연구 붐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