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편견없는 비닐봉투 납품…기반 잡았죠"
애경은 최근 장애인사업장 형원에서 섬유유연제 ‘아이린’을 생산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부터 주방세제 ‘트리오브라보’를 형원에서 생산한 데 이어 섬유유연제도 추가한 것이다. 형원은 경기 파주 에덴복지재단 내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시설이다. 100여명의 장애인이 일하는 에덴복지재단의 이야기를 담은 책 ‘행복공장 이야기’를 펴낸 이 재단 설립자 정덕환 이사장(68·사진)을 24일 만났다.

정 이사장은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촉망받는 유도 국가대표였던 그는 연세대 재학 중이던 1972년 연습 경기 도중 목이 부러져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뼈를 깎는 재활훈련 끝에 겨우 휠체어에 앉게 된 그는 생계를 위해 오토바이 행상과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했다.

“일을 하면서 비로소 ‘쓸모 없는 존재’라는 자기비하에서 벗어나 자긍심과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됐어요. 미국에 가서 장애인 복지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다른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에 도움을 주고 싶어 1983년 장애인 5명과 함께 서울 독산동에 장애인공동체 에덴복지원을 만들었죠.”

구로공단을 누비며 영업에 나섰으나 일감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힘든 벽은 장애인이 만든 물건은 불안하다는 편견이었다. 다행히 1980년대 전자제품 수출 호황에 힘입어 납땜 조립을 하며 복지원을 꾸려갔지만 ‘3저 호황’이 끝나면서 전자제품 임가공을 하던 복지원 일거리도 끊어졌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비닐봉투 생산이었어요.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을 ‘상표가 없는 제품’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장애인이 만들어서 부실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결국 납품경쟁에서 승리해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납품하면서 에덴복지재단의 기반이 잡혔습니다.”

서울시 내 25개 구청을 비롯해 수도권 36개 지자체에 종량제 봉투를 납품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주방세제를 생산하는 에덴복지재단의 연매출은 150억여원. 이곳 직원의 평균 임금은 전국 중증장애인 평균 임금의 3배인 110만원에 이른다. 지금도 적지 않은 규모의 사업장을 운영하지만 정 이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장애인에게 있어 직업은 최고의 재활입니다. 더 많은 장애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야만 나라의 지원에 의존해 사는 수혜적 삶에서 벗어나 생산적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그래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파주=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