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안팎서 낙폭과대주 사볼만
상반기는 非중국株 매력
외국계 증권사의 영업담당 매니저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중국과 한국 증시를 ‘한 세트’로 본다”며 “중국 경기가 ‘쇼크’라 할 만한 부진에 빠져들어 당분간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 멀리하는 외국인들
국내 주식시장에 황사 바람처럼 ‘중국 리스크’가 전이되고 있다. 중국 2월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8.1% 줄어드는 등 각종 지표에서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역량도 많은 한국의 특성 때문에 코스피지수도 1900포인트 초반대까지 빠졌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9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1조9725억원이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순매도의 주된 이유는 중국 경기둔화”라며 “신흥국에 투자하는 주요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 상장사의 성장성에 의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리스크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중국 리스크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과 수출 부진, 신용리스크 우려로 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점쳐진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이 지난 1~2월 경제지표 수준을 이어간다면 올해 성장률 목표인 7.5%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도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와우넷 전문가 안인기 대표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로선 중국 성장둔화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금융위기처럼 커지진 않겠지만 외국인의 선물, 현물 매도세가 나오고 있어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의 근간을 훼손하진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중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성장률 7.5%는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와우넷 전문가 장태웅 대표는 “중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커졌다”며 “위안화의 자연스러운 평가절하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 철강 등, 투자심리 악화 불가피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내 화학, 철강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포스코는 19일 현재 지난해 말 대비 11.94% 빠졌다. LG화학은 20.36% 급락했다. 단기적으론 중국 경기둔화 충격이 불가피해 중국 의존도가 큰 철강화학 등 소재주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정숙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내수 확대를 통해 성장률을 유지하려 한다”며 “이 전략의 효과가 경기 지표로 확인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적어도 상반기에는 중국 관련주들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주옥 팀장은 “산업구조조정과 과잉생산 해소 등에 다소나마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철강 화학 등 중국 관련주가 급격히 반등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활성화가 이들 업종의 수요를 확대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국이 내수중심 경제로 경제구조를 재편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중국 내수 관련주는 상승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수출 위주에서 내수소비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바꾼 만큼 정책흐름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1900 근처에서 저가매수해볼 만해
중국 리스크 부상에 따른 투자전략으로는 지수 저점대에서 선별적인 저가매수 전략이 제시됐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에 대한 시장 불안이 커질 때 정책변화에 따른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정부의 성장 의지가 여전한 만큼 2분기께 중국 경기가 턴어라운드할 때를 노린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중국 변수에 따라 증시가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단기저점인 코스피지수 1900 언저리에서 우량 낙폭과대주를 선별적으로 저점 매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순매도 공세 속에서도 사고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인기 대표는 “기관, 외국인이 집중하고 있는 제약, 바이오 혹은 비중국 관련주로의 대응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