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1381(콜센터 번호)은 많이 아시나요? 모르면 없는 정책이나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증제도에 대한 애로를 청취하는 콜센터 1381을 언급하자 말을 끊고 한 얘기다. 하루 뒤인 21일 산업부는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냈다. ‘인증획득 애로 해소 1381 한 통화로 쉽고 빠르게!!’라는 제목의 자료였다.

◆민원신고·상담전화 20여개

박 대통령이 TV를 통해 행정콜센터의 인지도를 거론한 이후 각 부처가 운영하고 있는 콜센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세 자리나 네 자리로 이뤄진 콜센터를 수십개 운영하고 있다. 범죄신고(112) 화재신고(119) 등 긴급전화와 서울시 다산콜센터(120)처럼 생활정보 콜센터를 제외한 민원신고나 상담전화는 총 20개. 정부부처당 평균 하나꼴이다. 1577로 시작하는 번호까지 하면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1577로 시작하는 번호와 달리 3~4자리의 전화번호는 외우기 쉽고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1577이 나온 이후 1588 등 국번이 많이 나오면서 헷갈리기 시작했다”며 “세 자리나 네 자리는 금방 외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 자리가 더 간편하지만 세 자리는 민원 해결보다 긴급 전화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네 자리 번호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수출 업무시 상담하도록 개통된 1380이나 1381 번호도 그냥 선택된 게 아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화번호를 눌러보면 물음표 모양”이라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들 번호로 통화하면 따로 추가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기본적인 통화료는 내야 한다.

이들 번호의 통화량도 제법 많다. 작년 6월 개통된 1380은 지난해 말까지 8354건이 걸려왔다. 이 중 6105건이 중소기업 사장들의 전화였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창업 등을 상담하는 1357은 작년에 상담 건수가 11만1000여건이었고, 1997년 개통된 관광안내전화(1330)는 32명의 상담 직원이 작년 한 해 28만여통의 전화를 받았다. 매년 16%가량의 비율로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인이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 상담 전화인 1355는 2012년 기준으로 540만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ARS(자동응답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담사와 연결되는 게 장점이다.

◆환경신문고 128은 유명무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미흡한 점도 많다. 중소기업의 수출 업무를 돕는다는 1380과 1381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된다. 야간에 급한 수출계약 상담이 있거나 시차가 맞지 않는 해외에선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 콜센터는 작년에 이를 고려해 상담시간을 오전 오후 한 시간씩 늘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확대했다.

홍보가 부족해 정작 필요한 국민이 모르는 경우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긴급 복지 콜센터번호 129를 몰라 모녀가 자살한 경우가 최근 있었다. 환경신문고 128은 ‘환경신문고’라고 검색해도 포털에 번호가 뜨지 않고,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듯한 블로그만 나온다. 교통 상황을 알려주는 1333도 도로 표지판에만 표시하고 있다.

최현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 간 번호가 다 달라 네 자릿수라도 국민은 건별로 기억해야 한다”며 “이는 공무원들이 수혜자가 아니라 공급자의 입장에서 정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재후/심성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