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한화, CJ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21일 열린 제 2차 슈퍼 주총데이에서 일제히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 최근 형이 확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기업은 주총을 통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도 상당 수 교체했다. 관료·학계 출신과 전문가를 적절히 안배했다. 일부에서는 경영 투명성보다는 방패막이 혹은 연고인사 챙기기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 SK, 한화, CJ 등 검찰 수사 받은 기업 주총 포진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정기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339개사, 코스닥시장 321개사, 코넥스시장 2개 등 모두 662개사다. 지난 14일 주총을 개최한 116개 사에 비해 6배 가까이 많다. 특히 SK, 한화, CJ 등 검찰 수사를 받은 기업의 주총이 몰렸다.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미 지난 14일 (주)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터라 이번 주총에서 사임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주)SK는 조대식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SK이노베이션은 구자영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각각 바뀌었다.

SK하이닉스도 박성욱 대표이사의 단독 체제로 변경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최 회장 대신 임형규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ICT기술성장추진 총괄 부회장을 새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임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로 입사해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등을 지낸 '삼성맨'이다. 지난 1월 SK로 옮겨왔다.

SK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여부도 주요한 안건으로 떠올랐다. 최 회장이 물러나 이사 수가 줄어든 계열사가 많았지만 보수 한도는 동결하기로 해 실제론 1인당 한도가 늘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이사 보수 한도를 지난해와 같은 120억 원, 150억 원으로 각각 동결시켰다. SK하이닉스는 사내외이사가 기존 9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나 보수한도를 5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집행유예가 확정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모든 계열사의 등기이사 직함을 내려놓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임기만료된 CJ E&MCJ오쇼핑, CJ CGV 등 3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아직 임기가 남은 CJ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의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효성그룹은 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에 이어 3남 조현상 부사장까지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롯데제과는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 사외이사 물갈이…관료·학계 출신 대부분, 권력기관서도

이번 주총에서는 사외이사도 대폭 물갈이됐다. 관료와 학계 출신을 절반씩 배치해 균형을 맞춘 점이 눈에 띈다. 일부 기업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 출신의 인사를 선임했다.

SK네트웍스는 관세청장 출신인 허용석 삼일경영연구원장을, SK하이닉스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종원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주)한화는 5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모두 임기가 끝나 전원을 새로 선임했다.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있는 강석훈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노선호 전 한화증권 재무지원본부장이 신규 사외이사에 올랐다.

한화생명은 김장수 예금보험공사 청산회수기획부장을, 한화손해보험은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각각 사외이사에 앉혔다.

롯데쇼핑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신규 선임하고, 김태현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재선임했다. 롯데제과는 송영천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롯데칠성은 김용재 전 국세청 감찰담당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정동기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모셔왔다.

CJ는 강대형 법무법인 KCL 상임고문과 김종율 목원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