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은 20일 “그동안 자신을 못 믿고 실망하고 조급해하면서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줬다”며 “연습을 하면서 멘탈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IB스포츠 제공
김자영은 20일 “그동안 자신을 못 믿고 실망하고 조급해하면서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줬다”며 “연습을 하면서 멘탈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IB스포츠 제공
김자영(23·LG)은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김자영은 첫해 상금랭킹 14위, 2011년 19위, 2012년 3위를 하며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으나 지난해엔 36위로 떨어졌다.

김자영 "파3 '트라우마' 안녕!…샷 다잡고  명예회복"
지난해 부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2년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챔피언십이 열린 싱가포르로 돌아가야 한다.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치러진 마지막날 김자영은 1타 차 단독 선두로 17번홀(파3)에 도착했다. 우승하면 이미 확정된 다승왕에다 상금왕, 대상까지 모두 그의 차지였다.

이 홀은 그린 앞에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다. 핀까지는 135야드. 김자영은 6번과 7번 아이언, 두 개의 클럽을 들고 고민하다 7번 아이언을 택했다. 김자영의 클럽을 떠난 볼은 출발부터 우측으로 밀리더니 그린에지를 맞고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다 잡았던 상금왕과 대상 타이틀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치명적인 실수였다.

“아무리 공이 안 맞아도 엄마 앞에서 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날은 눈물이 났어요. 멀리 싱가포르까지 와서 딸을 위해 밥도 해주고 이것저것 챙겨준 엄마의 가슴이 무너졌을 거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많이 울었죠. 사흘간 잠도 못 잤습니다.”

김자영은 20일 자신의 매니지먼트사인 서울 논현동 IB월드와이드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의 참담한 심경을 이같이 털어놨다. 김자영은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뒤 두 달 만에 LG와 후원계약을 맺어 마음의 위안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니지먼트사였던 스포티즌과 계약기간 문제로 갈등을 빚어 소송까지 당하며 전지훈련을 갔던 미국에서 보름도 안돼 귀국해야 했다. 대상 타이틀을 잃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훈련까지 제대로 못한 김자영에게 지난해는 시련 그 자체였다.

해저드가 있는 파3홀에 가면 ‘멘붕’이었다. “파3홀에서 물에 공을 빠뜨린 뒤 해저드가 있는 홀만 가면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스윙이 안 되고 떨리고 심리적으로 매우 흔들렸죠.”

김자영은 최근 캐리 웹(호주), 유소연의 코치로 유명한 이안 츠릭(호주)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두 달 넘게 스윙 교정에 주력했다. “전 백스윙할 때 체중 이동을 거의 안 하고 제자리에서 돌았다가 다운스윙을 하다보니 상체와 하체가 왼쪽으로 밀리곤 했어요. 그래서 볼의 탄도가 낮았죠. 오른쪽으로 체중을 이동시키고 다운스윙 때 다시 왼쪽으로 옮기는, 정확한 체중 이동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했습니다.”

스윙의 순서를 올바르게 하는 연습에도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예를 들어 다운스윙을 시작할 때 왼쪽 무릎이 먼저 가고 허리를 쓰고 팔이 내려온다”며 “아울러 팔이 내려오는 각도와 임팩트 모양, 팔로스루의 길 등을 점검하면서 몸을 순서에 맞게 제대로 쓰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훈련 성과에 대해 “볼의 탄도가 높아졌고 스윙 교정으로 드로나 페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같은 곳에서 훈련 중이던 ‘골프 여제’ 박인비와 수차례 연습라운드를 함께하면서 도움도 받았다. “언니의 스윙 리듬은 보기만 해도 좋았고 특히 퍼팅을 정말 자신감있게 하더군요. 어드레스를 하면 전부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김자영은 박인비에게 힘든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지난해 너무 힘들어서 시합에 나가기 싫었다고 했더니 언니가 ‘나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볼이 잘 안 맞는다고 대회를 안 나가면 안 된다’고 조언해주더군요. 잘 맞으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쉴 수 있지만 힘들다고 대회를 쉬면서 실력을 가다듬고 나오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거예요.”

새로운 시즌을 맞는 김자영의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대회를 오랫동안 안 해서 첫 대회는 떨릴 것 같아요. 올해는 뭔가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결과가 엄청 좋았으면 하는 것보다 변화도 주고 준비한 만큼 달라진 게 보였으면 해요.”

김자영은 “스윙이 완벽하다고, 쇼트게임을 잘한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