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뿐인 日 반한시위대…바로잡고 싶었죠"
“작년에만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50만명이 넘습니다. 반한(反韓) 시위를 하는 사람은 고작 100명 정도고요. 일부 일본인의 그릇된 행동이 마치 전체 일본인의 생각으로 비쳐지는 것을 막고 싶습니다.”

일본인의 반한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는 일본인이 있다. 사쿠라이 노부히데 남서울대 일본어학과 교수(40·왼쪽)다. 20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만난 사쿠라이 교수는 자신이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피켓을 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종로경찰서는 사쿠라이 교수가 매주 월요일 주말 집회신고를 위해 찾는 곳이다.

사쿠라이 교수가 광화문에서 처음 시위를 한 것은 지난해 5월, 도쿄 신주쿠에서 재특회가 “한국인을 죽여라” “재일동포는 일본에서 나가라”며 한동안 뜸했던 반한 시위를 다시 벌이면서부터다. 반한 시위를 주도하는 재특회는 2006년 설립된 ‘재일외국인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으로, 1만4000여명이 가입해 있고 반한 시위에는 평균 1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매주 광화문광장을 찾고 있는 사쿠라이 교수는 재특회의 반한 시위를 막기 위해 수차례 도쿄를 다녀왔다. 현장에서 반한 시위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처음에는 외로웠어요.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매주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와 1인시위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동지’가 늘었어요. 많을 때는 10명도 모입니다.”

현재 사쿠라이 교수의 시위에는 결혼 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마쓰가와 미키, 가지오 후마타케 서강대 일본문화학과 교수, 남서울대 학생들, 한국으로 여행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함께하고 있다.

‘일본을 비판하는 일본인’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쿠라이 교수의 이메일 계정에는 일본 내 극우세력의 협박 메일이 끊이지 않는다. “사쿠라이는 스파이다” “한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식의 음해도 많다고 한다.

재특회의 반한 시위가 끝날 때까지 주말시위를 계속할 것이라는 사쿠라이 교수는 최근 아베 신조 내각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 일본 정치의 우경화는 유치함 그 자체입니다.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 거죠. 일본 정치인들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일본 호세이대에서 일본문학으로 학사·석사를 마치고 2009년 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충남대 초빙교수를 거쳐 천안 남서울대에 자리 잡은 사쿠라이 교수. 스스로 5년 만에 한국 사람이 다 됐다고 했다. 매주 토요일 시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소맥’(소주+맥주)이란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