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공포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관객이 알아주실까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제 작품의 보편성은 그런 공포심이 승화돼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 연극의 산 역사’로 불리는 연극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79·사진)는 18일 서울 태평로1가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호평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셰익스피어 극과 그리스 비극을 일본 전통 문화로 풀어내는 독특한 무대 미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그는 최근작 ‘무사시’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무사시’는 전설적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와 숙명의 라이벌 사사키 코지로의 진검승부를 유머와 해학으로 풀어낸 작품. 오는 21~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일본의 국민 극작가’로 평가받는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가 쓴 작품으로 2009년 일본에서 초연됐고 런던과 뉴욕, 싱가포르 등에서 공연됐다.

“‘쓸데없는 살인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에 대한 히사시의 유언 같은 메시지가 공연 마지막 부분에 담겨 있어요. 무사시와 코지로의 대결을 막기 위해 민중들은 갖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민중들이 힘을 합쳐 불필요한 살인을 없애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검술 장면이 댄스 장면으로 바뀌는 등 다양한 희극적 요소들을 한국 관객들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연극 ‘무사시’.
연극 ‘무사시’.
그는 막이 오른 후 3분 안에 관객을 사로잡는 연출법으로도 유명하다. 주로 대규모 군중의 움직임이나 조명과 음악의 현란한 진행 등 ‘눈을 황홀하게 하는’ 시각적 연출을 통해서다.

“제 경험상 연극에 빠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불만이었어요. 극장을 찾는 관객이 어떤 마음으로 오는지 생각해봤습니다. 퇴근하고 오는 사람, 연애를 하다 오는 사람, 일상생활에 지친 주부 등 다양한 욕구와 목적을 가진 관객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잊고 극의 세계에 빠져 즐기게 하고 싶은 거죠.”

‘무사시’에서 그의 ‘3분 연출법’은 어떻게 무대화될까.

“간류섬에서 무사시와 코지로의 첫 결투는 가볍게 봐주시면 되지만 이어지는 대나무 세트의 이동은 주의깊게 봐주세요. 대나무의 빛과 움직임, 소리까지 신경써서 아름다운 이동 장면이 연출됩니다. (연극 공연에) 1분 정도 늦는 건 괜찮지만 2분 지각하시면 안됩니다. 하하.”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