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청년신춘문예 당선 된 김의경 씨 "차압당한 청춘…'3포 세대'의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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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힘들어도 사랑만큼은 청춘답게 열심히 했으면…"
김의경 씨의 한경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장편소설 '청춘 파산' 민음사에서 출간
김의경 씨의 한경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장편소설 '청춘 파산' 민음사에서 출간
빚 독촉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피 말리는 일인지 안다. 일수를 썼다가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사채업자들에게 모욕당하는 일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 1000% 넘는 살인적 이율에 시달리는 사람의 가정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경제적 파산은 청춘을 그 나이에 마땅히 누릴 것들을 누리지 못하도록 ‘청춘 파산’으로 몰고 간다. 빚만 졌다면 면책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알바’에 빼앗긴 청춘에는 면책도 없고 회복도 없다.
부모의 사업 실패로 생업 전선에 몰린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김의경 씨(35·사진)의 장편소설 《청춘 파산》(민음사)이 출간됐다. 제2회 한국경제신문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이다. 작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개성 넘치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솜씨와 능청스럽게 사건을 짜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살았지만 어머니의 사업 실패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주인공 백인주는 10일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중국집, 설렁탕집, 해장국집 등의 전화번호가 담긴 상가 수첩을 뿌리는 일이다. 인주는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이 상가 수첩을 집 문고리에 걸 수 있도록 비닐로 포장하는 일을 맡았다.
인주는 서울 지명의 유래를 알고 있는 박식한 기사 아저씨, 팀장과 티격태격해도 항상 유쾌한 중후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이들과 함께 승합차에 실려 다닌 서울 곳곳은 이미 인주가 사채업자들의 눈을 피해가며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다.
인주는 고시원 총무, 레스토랑 서빙, 백화점 매장 판매직, 좌담회 참가, 사탕 포장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로 살아왔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은 꿈도 못 꾼다. 채권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까닭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지만 혼인신고도 못한다. 남자친구 명의로 된 단칸방까지 빚쟁이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파산 면책을 받았지만 300만원의 채권이 있다는 남자가 채권 추심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률 지식을 독학으로 단련한 인주는 꿋꿋하게 대응한다.
‘저는 현재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업준비생입니다. 최정현은 제가 얹혀살고 있는 친구 집에 압류를 하여 가구와 가전제품에 딱지를 붙였고, 또 친구에게 전화하여 돈을 갚으라고 괴롭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나중에 취업이 된다고 해도 계속 괴롭힘을 당할 걸 생각하면 차라리 취업 준비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불안합니다. 이러한 저의 사정을 참작하시어서 귀 법원의 채권압류 및 집행취소 신청을 허락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62쪽)
《청춘 파산》이 소설 속 공간과 아르바이트 장면을 세밀하게 그려낸 배경엔 작가의 어릴 적 경험이 있다. 사채업자들의 독촉과 이를 피하기 위한 인주의 위장술은 아르바이트로 서울을 전전했던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 해도 그것 또한 청춘이라는 것. 김씨는 “내가 20대에 겪었던 일을 어떤 20대들은 지금도 겪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며 “아무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도 사랑만큼은 청춘답게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부모의 사업 실패로 생업 전선에 몰린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김의경 씨(35·사진)의 장편소설 《청춘 파산》(민음사)이 출간됐다. 제2회 한국경제신문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이다. 작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개성 넘치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솜씨와 능청스럽게 사건을 짜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살았지만 어머니의 사업 실패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주인공 백인주는 10일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중국집, 설렁탕집, 해장국집 등의 전화번호가 담긴 상가 수첩을 뿌리는 일이다. 인주는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이 상가 수첩을 집 문고리에 걸 수 있도록 비닐로 포장하는 일을 맡았다.
인주는 서울 지명의 유래를 알고 있는 박식한 기사 아저씨, 팀장과 티격태격해도 항상 유쾌한 중후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이들과 함께 승합차에 실려 다닌 서울 곳곳은 이미 인주가 사채업자들의 눈을 피해가며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다.
인주는 고시원 총무, 레스토랑 서빙, 백화점 매장 판매직, 좌담회 참가, 사탕 포장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로 살아왔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은 꿈도 못 꾼다. 채권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까닭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지만 혼인신고도 못한다. 남자친구 명의로 된 단칸방까지 빚쟁이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파산 면책을 받았지만 300만원의 채권이 있다는 남자가 채권 추심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률 지식을 독학으로 단련한 인주는 꿋꿋하게 대응한다.
‘저는 현재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업준비생입니다. 최정현은 제가 얹혀살고 있는 친구 집에 압류를 하여 가구와 가전제품에 딱지를 붙였고, 또 친구에게 전화하여 돈을 갚으라고 괴롭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나중에 취업이 된다고 해도 계속 괴롭힘을 당할 걸 생각하면 차라리 취업 준비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불안합니다. 이러한 저의 사정을 참작하시어서 귀 법원의 채권압류 및 집행취소 신청을 허락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62쪽)
《청춘 파산》이 소설 속 공간과 아르바이트 장면을 세밀하게 그려낸 배경엔 작가의 어릴 적 경험이 있다. 사채업자들의 독촉과 이를 피하기 위한 인주의 위장술은 아르바이트로 서울을 전전했던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 해도 그것 또한 청춘이라는 것. 김씨는 “내가 20대에 겪었던 일을 어떤 20대들은 지금도 겪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며 “아무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도 사랑만큼은 청춘답게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