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국내에 고급 민영아파트 시대를 연 서울 압구정지구. 신흥 부유층의 주거지로 급부상한 이곳은 1990년대 들어 ‘교육특구’ 대치동과 ‘신흥 강남’ 반포동에 밀려 ‘원조 강남’이란 옛 명성만 이어갔다. 그랬던 압구정지구가 아파트 재건축 본격 추진과 함께 ‘강남 1번지’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압구정 재건축…'원조 강남' 부활
14일 서울 강남구는 압구정아파트지구 내 구·신현대, 한양, 미성 아파트 등 23개 단지(9445가구)에 대해 안전진단자문위원회를 열고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D등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조 주거환경 등 네 개 항목을 진단했는데 압구정지구 아파트가 워낙 낡아 D등급 결정에 (자문위원들 간) 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압구정지구가 최고 35층에 1만4000~1만5000여가구로 재건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200% 안팎인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 상한 용적률(300%)을 적용받게 되면 가구 수를 50%가량 늘릴 수 있어서다. 이곳 재건축사업을 이끌고 있는 주민 김모씨는 “압구정지구엔 옛 50~60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가 많아 조합원들이 재건축 때 집 크기를 줄이면 가구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착공까지 5~6년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만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여서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관리처분인가, 이주 등 사업단계별로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이 이뤄지면 대치동과 반포동에 빼앗긴 ‘강남 1번지’의 명성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