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미국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로 등극했다.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버핏 회장의 재산은 634억달러로, 올 들어 4.3% 늘어났다. 벅셔해서웨이가 지난해 195억달러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이달 초 전해지면서 주가가 6%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2010년 사들인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샌타페이(BNSF)가 벅셔해서웨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패트릭 브레넌 허치슨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BNSF의 기업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슬림 회장의 재산은 버핏 회장보다 적은 629억달러로 줄었다. 올 들어서만 109억달러가 증발했다.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메리카모빌 주가가 올 들어 10% 하락했기 때문이다. 사상 최고치였던 2012년 5월에 비해서는 28% 떨어졌다. 규제 강화 우려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주 아메리카모빌에 그동안 혼자 사용하던 통신 인프라를 경쟁사와 공유하라고 명령했다. 가격도 규제할 계획이다. 멕시코 이동통신 시장의 70%, 유선통신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아메리카모빌의 독점구조를 깨겠다는 구상이다. 뉴욕의 증권리서치 회사 샌퍼드번스타인은 규제 강화로 아메리카모빌 순이익이 앞으로 3년 동안 1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 하락으로 슬림은 지난해 5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빌 게이츠의 재산은 777억달러에 달한다.

버핏 회장은 2006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뒤 현재까지 300억달러를 게이츠&멜린다재단 등에 기부했다. 막대한 기부에도 불구하고 재산은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에만 집중된 슬림과 달리 버핏 회장은 다변화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점이 두 사람의 뚜렷한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