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바보야! 정책은 국민을 설득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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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명분 아닌 실행이 관건
시장과 교감하고 국민 설득해야
저항 및 순응 비용 줄일 수 있어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시장과 교감하고 국민 설득해야
저항 및 순응 비용 줄일 수 있어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에드워드 히스 전 영국 총리,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거의 같은 시기에 동반 당선된 정치 지도자들이다. 그들은 큰 정부에 반대하고 자유시장과 규제완화를 주창했다. 같은 노선을 견지했던 이들 정치인이 성공과 실패의 엇갈린 평가를 받게 된 이유를 반추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피에르는 ‘미시정치(Micro Politics)’에서 ‘사상(ideology)과 사건(event)’의 틀로 그 이유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그는 ‘사상전’에 승리했다고 ‘사건’들이 그 승리의 자취를 따라갈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순진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닉슨과 히스는 정치 지도자들의 임무를 사상의 ‘집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행되는 것은 사상들이 아니라 사건들이다. 사상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정책 사이에는 본질적인 ‘간극’이 존재한다. 사상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진전들이 저절로 정책으로 변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책기술’이다.
히스 행정부는 자유주의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세계 1차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소유가 된 칼라일 맥주 등 국유기업의 매각을 시도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자에 시달리던 조선소와 항공기 엔진공장을 국유화함으로써 민영화는 일거에 그 추진력을 상실했다. 현실 세계에서 단층적 변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애요인을 우회하고 우군을 확보하는 실천적 지식이 중요하다. ‘이념과 가치’를 운반할 ‘수레’를 찾지 못하면 사상은 공허해진다. 정책기술과 정책접근에서 레이건과 대처는 그 ‘방법지’를 알았고 닉슨과 히스는 몰랐다. 그 차이가 그들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한국의 ‘정책화 기술’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의 첫 실행 방안으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올해부터 2주택 월세 소득자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1주일 만에 ‘보완조치’를 내놓았지만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보완조치 주요 내용은 월세 소득 연 2000만원 이하 2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고, 2016년 이후 과세를 하더라도 월세 수입의 60%는 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 소득에서 공제하며, 전세와 월세 간 형평성을 고려해 2016년부터는 2주택 전세자에게 ‘간주임대료’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시장과 교감 없이 책상머리에서 만든 혁신안의 좌초는 예견된 것이다. 작년 8월 ‘세제개편안 파동’의 판박이다. 별다른 소득 없이 월세를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은퇴자에게 느닷없이 세금을 내라는 것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세기반 확대, 경제혁신’이라는 명분에 추동될 것이 아니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을 설득하면서 예고기간을 두어 사전에 준비토록 했어야 했다. 보완조치를 ‘원안’으로 내놓았어야 했다. 월세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것은 세수 감소를 감수하면서 서민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들을 원군으로 삼아야 한다. 명분 있는 조치를 정교하게 접근하지 못해 화를 자초한 것이다.
작년 8월의 세제개편안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세제개편안은 세율과 소득구간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부분적으로 증세하게 짜여졌다. 중간 소득층에 돌아가는 추가적인 세 부담도 연 20만원 안팎으로 세금폭탄 운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소득공제를 축소시킴으로써 과세기반을 넓히고 소득공제의 역진성을 부분적으로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그럼에도 역풍을 맞은 것은 ‘기밀유지’에 급급해 시장과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은 기술, 민감성, 지혜를 요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대처는 정책을 “살라미를 얇게 썰어 빵에 끼우는 정교한 기술”에 비유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정책은 과학에 기초한 국민 설득의 종합예술이다. 정책화 기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피에르는 ‘미시정치(Micro Politics)’에서 ‘사상(ideology)과 사건(event)’의 틀로 그 이유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그는 ‘사상전’에 승리했다고 ‘사건’들이 그 승리의 자취를 따라갈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순진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닉슨과 히스는 정치 지도자들의 임무를 사상의 ‘집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행되는 것은 사상들이 아니라 사건들이다. 사상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정책 사이에는 본질적인 ‘간극’이 존재한다. 사상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진전들이 저절로 정책으로 변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책기술’이다.
히스 행정부는 자유주의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세계 1차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소유가 된 칼라일 맥주 등 국유기업의 매각을 시도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자에 시달리던 조선소와 항공기 엔진공장을 국유화함으로써 민영화는 일거에 그 추진력을 상실했다. 현실 세계에서 단층적 변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애요인을 우회하고 우군을 확보하는 실천적 지식이 중요하다. ‘이념과 가치’를 운반할 ‘수레’를 찾지 못하면 사상은 공허해진다. 정책기술과 정책접근에서 레이건과 대처는 그 ‘방법지’를 알았고 닉슨과 히스는 몰랐다. 그 차이가 그들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한국의 ‘정책화 기술’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의 첫 실행 방안으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올해부터 2주택 월세 소득자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1주일 만에 ‘보완조치’를 내놓았지만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보완조치 주요 내용은 월세 소득 연 2000만원 이하 2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고, 2016년 이후 과세를 하더라도 월세 수입의 60%는 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 소득에서 공제하며, 전세와 월세 간 형평성을 고려해 2016년부터는 2주택 전세자에게 ‘간주임대료’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시장과 교감 없이 책상머리에서 만든 혁신안의 좌초는 예견된 것이다. 작년 8월 ‘세제개편안 파동’의 판박이다. 별다른 소득 없이 월세를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은퇴자에게 느닷없이 세금을 내라는 것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세기반 확대, 경제혁신’이라는 명분에 추동될 것이 아니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을 설득하면서 예고기간을 두어 사전에 준비토록 했어야 했다. 보완조치를 ‘원안’으로 내놓았어야 했다. 월세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것은 세수 감소를 감수하면서 서민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이들을 원군으로 삼아야 한다. 명분 있는 조치를 정교하게 접근하지 못해 화를 자초한 것이다.
작년 8월의 세제개편안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세제개편안은 세율과 소득구간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부분적으로 증세하게 짜여졌다. 중간 소득층에 돌아가는 추가적인 세 부담도 연 20만원 안팎으로 세금폭탄 운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소득공제를 축소시킴으로써 과세기반을 넓히고 소득공제의 역진성을 부분적으로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그럼에도 역풍을 맞은 것은 ‘기밀유지’에 급급해 시장과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은 기술, 민감성, 지혜를 요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대처는 정책을 “살라미를 얇게 썰어 빵에 끼우는 정교한 기술”에 비유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정책은 과학에 기초한 국민 설득의 종합예술이다. 정책화 기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