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 끝에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하고 도망쳤던 고려대생이 3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전 여자친구인 A씨(21)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고려대 2학년생 이모씨(20)를 구속해 지난 6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7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안암동에 있는 A씨의 하숙집에서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과 동기인 두 사람은 2012년 10월부터 약 1년간 사귀다 헤어졌다. 결별 이후 A씨에게는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지만 이씨는 “왜 안 만나주느냐” “사귈 때 잘해주지 않았느냐”며 A씨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일에도 이씨는 서울 안암동에 있는 A씨의 하숙집 앞을 지키고 서 있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돌아오는 A씨를 뒤따랐다.

A씨가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겠다”고 말하자 이씨는 A씨의 목을 5분 동안 졸라 살해했다. 이씨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A씨의 목에 휴대폰 충전선을 감아놓고 담요를 가슴까지 덮어두는 등 자살로 위장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경찰은 부검만으로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통보받은 뒤 타살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A씨의 손톱에서 나온 DNA가 이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오자 경찰은 지난 2일 경기 오산시 이씨 집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