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 실종 사건으로 취약한 항공 보안 실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태국이 전 세계 도난분실 여권의 ‘블랙홀’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종 여객기 탑승자 2명은 오스트리아인과 이탈리아인이 태국에서 각각 2012년과 2013년 도난당한 여권을 사용했다. 이들이 사용한 여권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도난분실 여권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돼 있었는데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대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WSJ는 미국과 유럽 내 공항에서는 지문 및 홍채 대조 등 생체인식 절차가 널리 퍼져 있어 위조 여권을 사용하기 어려운 반면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여전히 위조 여권 사용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특히 관광대국인 태국에 거대한 위조 여권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5년간 태국에서 분실되거나 위조된 여권은 10만개에 이른다. 태국에서 위조 여권을 하나 만드는 데 6000달러(약 638만원)가 든다.

인터폴이 190개 회원국으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도난분실 여권 정보는 4000만건이다. 하지만 지난해 인터폴의 도난분실 여권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지 않고 국제선에 탑승한 건수는 10억건이 넘는다.

한편 남중국해에서 사라진 여객기를 찾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미국, 중국 등 10여개국이 참가해 사흘째 잔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