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e스포츠 한류스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게임을 좋아했다.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부모님께 키보드와 마우스를 압수당하고 꾸중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관심은 대학시절 게임회사 취직까지 고려할 정도였다.

물론 게임의 부작용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절에 청소년기를 지낸 우리 세대에게 게임은 즐거움 이상의 문화 콘텐츠였다. 그즈음 대한민국에는 PC방 문화와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만나 e스포츠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탄생하기도 했다.

‘컴퓨터게임이 어떻게 스포츠인가’라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e스포츠와 일반 스포츠는 실제 많은 공통점이 있다. e스포츠 또한 선수들의 전략적인 판단과 결단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리고 경기를 보며 열광하는 현상 역시 일반 스포츠와 닮았다. 축구 경기에서 축구공이 그러하듯, e스포츠에서 게임은 승부를 겨루는 수단이자 매개체일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e스포츠가 중계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지난 14년 동안 한국 프로게이머들은 세계 e스포츠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고, 기업·기관들도 팀 창단과 대회 후원을 통해 선수와 팬들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 역시 2010년 대회 공식후원사가 되면서 e스포츠 시장에 데뷔했고, 2013년 7월 ‘진에어 그린윙스’라는 팀을 후원하며 e스포츠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다.

4년 전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인연을 맺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이 든다. e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게임을 시청하거나 실제 경기장을 방문해 보면 그 위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경기는 평균 1870만명이 시청한다. 2013년에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컵 세계대회는 3200만명이 지켜봤다. 세계 상위랭커인 한국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미국·유럽에서 찾아오는 팬들도 적지 않다. ‘게임’ 하나로 이 정도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현재 한국에는 약 1800만명, 세계적으로는 9억여명의 e스포츠 팬이 있다. 2013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국내 콘텐츠 수출액의 60%인 3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음악에 열광하는 뉴스를 자주 봤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e스포츠 선수들은 이미 한류스타이고, 우리 게임은 최고의 콘텐츠다. 게임과 e스포츠가 보여주듯 기존의 편견을 버린다면 가까운 곳에서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